이 같은 사실이 신격호 회장에게 알려지면서 신동주 부회장이 일본 롯데 등기이사에서 배제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8일 재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3월말부터 신동빈 회장이 그룹 핵심 계열사 중 하나인 롯데알미늄 이사회에서 배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신동빈 회장이 롯데알미늄 이사회 명단에서 배제된 직전후 작성된 회사 공식 문서에서 신동주 부회장의 지위에 큰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당초 롯데알미늄 임원 명단에는 신동빈 회장이 직위 ‘회장’과 담당업무 ‘그룹 회장’으로 명시돼 있다. 형인 신동주 부회장은 직위 ‘이사’와 담당업무 ‘자문’으로 표시돼 있다. 그러나 이후 작성된 임원 명단에는 신동빈 회장이 등기임원 자리에서 빠졌다. 대신 신동주 부회장의 담당업무가 ‘그룹 회장’으로 표기돼 있다.
신동주 부회장이 그룹 회장으로 표기된 임원 현황표는 지난해 8월과 12월 금융감독원에 신고된 회사의 보고서에 잇따라 첨부됐다. 게다가 신동빈 회장이 롯데알미늄 이사회에서 빠진 시점이 신격호 총괄회장이 투병 중이던 지난해 시기와 맞물린다.
특히 롯데알미늄이 다른 국내 계열사와 달리 신동주 부회장이 신동빈 회장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롯데알미늄의 최대주주는 일본L제2투자회사와 광윤사 등으로 지분율이 절반이 넘는다. 신동주 부회장이 자신이 거느리고 있는 일본 계열사 이사회를 통해 충분히 롯데알미늄의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배구조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동주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한국 롯데에서 맡은 보직은 아무것도 없다”면서 “롯데알미늄 임원 현황에 ‘그룹 회장’으로 명시된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후계경쟁 중심에 선 롯데알미늄
국내 롯데그룹의 지분승계는 사실상 신동빈 회장을 중심으로 완성 단계에 있다. 현재의 지분구조로 신동주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이 각각 일본 롯데그룹과 한국 롯데그룹을 경영한다면 형제간 추가적인 지분 정리가 필요 없을 정도다.
하지만 국내 계열사 중 신동빈 회장에게 약한 고리가 바로 롯데알미늄이다. 롯데알미늄은 일본롯데그룹 신동주 부회장이 동생 신동빈 회장의 경영권을 흔들 수 있는 유일한 회사다.
롯데알미늄의 지배구조는 신동빈 회장의 지배력이 가장 약한 부분이다. 또 신동주 부회장 입장에서 롯데알미늄은 식품과 유통으로만 집중돼 있는 일본롯데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업종이라는 점도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소지가 큰 회사로 꼽히는 이유 중 하나다.
롯데알미늄의 최대주주는 일본 롯데그룹 측 계열사인 일본L제2투자회사와 광윤사로 지분율이 57%를 웃돌고 있다. 사실상 롯데쇼핑으로 연결된 지배구조를 벗어나 절대적인 지배력을 일본 측에서 행사할 수 있는 셈이다. 신동주 부회장이 일본 롯데그룹의 총괄 회장으로 올라서게 되면 독자적으로 롯데알미늄의 지배권을 가져올 수 있는 것이다.
일본 롯데그룹의 영위사업 전체 매출은 2013년 기준으로 3조7000억원(당시 환율 기준)이다. 사업별로 보면 제과와 음료가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2조6000억원에 달한다. 나머지는 관광과 서비스 부문이다.
이같은 점을 감안하면 롯데알미늄은 신동주 부회장 눈에 가장 빨리 들어올 수밖에 없다. 롯데알미늄이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시장의 감시를 덜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경영권 분쟁 뇌관으로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신격호 총괄회장 입장에서는 향후 한국 롯데그룹과 일본 롯데그룹의 분할 구도를 깨지 않고 완벽하게 승계를 하기 위해서는 신동빈 회장이 롯데알미늄의 경영권을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 셈이다. 이에 따라 최근 신동주 부회장이 일본 롯데그룹 등기임원에서 해임된 것도 형제 간의 분쟁을 막기 위한 신격호 총괄회장의 의중이 표면화된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본 롯데그룹에서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던 신동주 부회장이 등기임원에서 해임됐다는 것은 총괄회장의 입장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며 “국내 롯데그룹 계열사에 대한 신동주 부회장의 영향력이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