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쇼와 모터쇼의 경계가 사라졌다.”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5’의 평가다. 이번 CES는 완성차업체의 참여가 두드러진 것이 특징이다. 스마트폰에 몰렸던 CES 관람객의 눈길은 이제 정보기술(IT)을 품은 스마트카로 돌려졌다.
올해 CES에는 현대자동차ㆍ메르세데스벤츠ㆍBMWㆍ폭스바겐ㆍ아우디ㆍ토요타ㆍGMㆍ포드 등 10곳의 완성차업체가 전시관을 꾸몄다. 이 외에 보쉬ㆍ덴소ㆍ콘티넨탈 등 자동차 부품업체까지 합하면 자동차 관련 회사가 들어선 전시장 규모는 1만5329㎡(4640평)에 달한다. 5년 전보다 5배 늘어난 규모다.
CES가 미니 모터쇼가 된 것은 IT와 자동차 기술의 융복합 때문이다. 디터 제체 벤츠 회장은 기조연설에서 “자동차에 IT 기술을 접목하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면서 자동차산업은 전성기를 맞고 있다”고 평가했다.
벤츠는 CES에서 자율주행차 ‘F105 럭셔리 인 모션’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이 차량은 운전석과 조수석이 뒤로 회전해 뒷좌석과 마주볼 수 있다. 완벽한 자율주행을 통해 주행 중에도 탑승자들이 운전에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현대자동차 전시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스마트워치를 통한 블루링크 시스템.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운전자는 스마트워치를 통해 시동 걸기, 문 여닫기, 주차장에서 자동차 찾기를 할 수 있다.
현대차는 운전자의 건강 상태, 행동 패턴을 분석해 기록하는 인공지능 기능도 스마트워치를 통해 시연했다. 과거 지능을 갖춘 차를 소재로 인기를 끌었던 외화 ‘전격Z작전’의 ‘키트’가 현실 속으로 한 발짝 다가온 셈이다.
차량과 IT기술의 접목이 ‘인류를 위해서(for humans)’란 철학도 이번 CES에서 등장했다. 마크 필즈 포드 회장은 “최신 커넥티드 카와 자율주행 차를 선보이는 것은 단순히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니다”라며 “이를 통해 사람들이 보다 나은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산업이 최첨단 기술로 무장하면서 ‘휴먼 마케팅’ 강화도 점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CES를 계기로 최첨단 스마트카 기술은 올해 모터쇼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완성차업체들이 CES에서 선보인 스마트카 기술이 맛보기였다면 앞으로 개최될 굴직한 모터쇼에서는 갈수록 진보한 기술이 시연된다.
당장 12일(현지시간) 열리는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는 자율주행, 친환경 부문에서 IT와 자동차 기술이 접목된 차량들이 대거 전시된다. 현대차는 LF쏘나타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선보이며 GM은 전기차 볼트의 차세대 모델을 이번 모터쇼에 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