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관계에 있던 여성이 혼수상태에 빠진 남편과의 혼인신고에 대해 법원이 효력을 인정했다.
인천지법 가사 1단독 이동호 판사는 C(38·여)씨 등 A씨의 자녀 3명이 A씨와 재혼한 B(60)씨를 상대로 제기한 혼인 무효 확인 소송에서 원고패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이 판사는 "법률혼주의를 채택한 우리나라 법제에서 비록 사실혼 관계에 있는 한쪽의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했더라도 사실혼 관계를 해소하기로 서로 합의한 사정이 인정되지 않으면 무효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A씨가 동거 후 일기장에 쓴 '집사람', '내 처제' 등의 증거자료를 근거로 "의사 무능력 상태에 있더라도 A씨의 혼인 의사는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1977년 결혼한 60대 남성 A씨는 10여 년 전인 2001년 부인과 이혼했다. 딸만 셋을 뒀지만 이혼 후 왕래는 거의 없었다. A씨는 2002년 10월께부터 6살 연하의 B(60·여)씨와 인천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혼인 신고를 하지 않았지만 A씨는 B씨의 여동생을 막내 처제라고 불렀고 2004년 11월 1일을 둘의 결혼기념일로 생각했다. 2013년 심장 초음파 검사를 받은 A씨는 관상동맥중재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의사의 소견을 들었고, B씨는 수술 동의서에 서명했다. 상태가 나빠진 A씨는 혼수상태에 빠졌고 B씨는 구청으로 가서 A씨와의 혼인 신고를 했다. B씨가 혼인 신고한 다음 날 새벽 A씨는 급성심근경색으로 숨졌다.
A씨의 자녀들은 B씨가 재산을 노리고 의식이 없는 아버지의 의사와 무관하게 혼인신고를 했다며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