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해보자면 다양한 이해관계와 갈등을 조율해낼 수 있는 사람, 그리고 회원을 섬길 줄 아는 사람이 적합하지 않을까 한다. 뒤집어서 말하면 회원사 위에 군림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는 3대 협회장으로서는 부적합하다는 게 필자의 의견이다.
금융투자협회 회장 선거는 각종 협회장 선출에 있어서 가장 모범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그간 각종 협회장 자리는 관피아(관료출신), 정피아(정계출신), 학피아(학계출신)가 주름잡고 있던 무대였다. 사실 금투협회장을 제외하고는 회원사들의 투표로 협회장을 선출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대부분 청와대의 낙점을 받거나 유력 정치인의 후광을 얻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현 정부는 관피아 척결론까지 들고 나왔을 정도다. 그리고 관피아 척결론의 틈바구니를 정피아와 학피아가 비집고 들어오는 현실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그래서 금투협회장 선거는 모범사례로 내세울 만하다.
지난 2009년 황건호 당시 증권업협회장이 초대 금투협회장에 선출된 이래 현 박종수 회장을 거쳐 3대 회장 선출을 앞두고 있다. 완전한 성숙기에 접어들 수 있는 시점에 도달했다.
힘있는 권력자의 후광은 더 이상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여타 협회들과는 차별되고, 더 나아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것이다. 내일 있을 투표는 이런 과거와 단절하겠다는 회원사들의 의지를 보여주는 과정이어야 한다.
지난 협회장 선거에서는 박종수 현 협회장과 김성태 전 대우증권사장, 그리고 최경수 현 한국증권거래소 이사장이 경합을 벌였다. 1차 투표에서 과반 이상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2차 투표까지 벌이며 현 박종수 회장이 최경수 현 거래소장을 제치고 당선된 바 있다. 온전히 회원사들의 의지가 투영된 투표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과 친분이 있다느니, 부총리가 밀고 있다느니 하는 모든 언설을 뒤로 하고 회원사들의 의지로 회장을 선출한 사례다.
이번 협회장 선거를 앞두고도 수많은 언설이 나돌았다.
암암리에 아무개 후보가 정권 실세들과 친분이 있는 힘있는 후보라느니, 후보추천위원회에서 3인의 최종 후보를 내정해놓고 면접을 봤느니 하는 말도 나돌았다. 후보 5인에 대한 면접이 끝나자마자 최종 후보 3인이 발표되는 상황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들도 적잖이 있다.
최종 후보 3인이 결정된 후에도 말은 많다. 대규모 자산을 가진 어느 그룹에서 조직적으로 특정 후보를 밀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어떤 후보는 후보추천위원회의 사전면접을 앞두고 이미 최종 후보가 된 듯한 태도를 보여 자신의 위세를 은연중 드러내기도 했다고 한다.
투표권도 변수다. 전체 투표의 60%는 1사 1표, 나머지 40%는 협회비 분담률에 따라 가중치를 두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협회비를 많이 내고 있는 대형사가 당락을 가를 확률이 높다.
그래서다. 3대 협회장은 누가 회원을 진정성있게 섬길 것으로 보이는지, 누가 회원 위에 군림할 가능성이 있는지 잘 살펴서 선출하기 바란다.
김기범 전 대우증권 사장,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 황영기 전 KB지주 회장 등 3인의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을 살펴보았다. 후보별로 차별성이 드러나고 있다. 김 전 사장은 회원사들의 권익 보호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 전 사장은 중소형사 생존에 방점이 찍혔다. 황 전 회장은 정부와의 소통을 내세우고 있다.
투표권을 가진 회원사들은 충분히 공약을 검토하고 지지 후보를 결정해야 한다. 회원사들을 두려워하고, 낮은 자세로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지 잘 살펴야 한다. 업계의 이익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품성과 덕성도 가려보아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투자업계의 앞날은 결코 밝지 않다. 이미 지난해 3000명 이상이 업계를 떠나야 했다. 새로운 수익원은 잘 보이지 않고 있다. 시장도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그저 정부의 시혜를 바라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철저하게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낮은 자세로 헌신할 수 있는 협회장 선출이다.
회원사들의 심사숙고와 신중한 투표권 행사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