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가입 고객은 자신의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제공됐는지, 제공됐다면 어떤 내용이 전달됐는지를 확인할 권리가 있다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지난해 검찰의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통신내역을 제출받아 '사이버 사찰' 논란이 불거진 이후 수사 효율성보다 개인의 사생활 보호를 우선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것이어서 향후 사건 진행상황이 주목된다.
서울고법 민사1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는 지난 19일 서모씨 등 3명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를 상대로 낸 공개청구 등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SK텔레콤은 통신자료제공 현황 공개청구에 무조건 응한다면 수사기관의 수사 업무에 중대한 지장이 발생한다고 주장하지만, '수사기관의 수사업무에 지장이 발생할 수 있다'는 막연한 사정만으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수사에 지장이 생기는 것은 현실적인 문제인 반면, 개인정보 보호 필요성은 헌법에 의해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또 '통신자료 제공 내역을 공개해야 하는 대상은 기업이 아닌 수사기관'이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통신사 주장대로라면 고객은 수사기관에 개별적으로 공개청구를 해야 할 것인데, 고객으로서는 자신의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제공됐는지를 전혀 알 수 없는 반면, 전기통신사업자는 이용자에게 통신자료제공 현황을 쉽게 확인해 줄 수 있는 지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번 판결을 통해 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1심을 뒤집고 원고 1인당 20만~30만 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서씨 등은 자신의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이나 정보기관에 제공됐는지를 문의했다가 거절당하자 2013년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