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생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얼굴 표정으로 내재된 사람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첨단 기술을 개발하면서 사생활 침해와 오남용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IT 창업기업 이모센트(Emotient)와 어펙티바(Affectiva), 아이리스(Eyeris) 등이 최근 인간의 표정을 통해 감정을 읽을 수 있는 기업용 앱을 출시했다.
이모션트는 고객들이 제품을 보며 느끼는 감정을 탐지하는 기업용 앱을 출시하고 혼다자동차(Honda) 및 프록터앤갬블(P&G)과 시험 운용을 하고 있다. 어펙티바는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출신 연구원들이 만든 기업으로 코카콜라의 유니레버 등의 광고를 고객들에게 노출해 이들이 광고에 반응하는 얼굴 표정을 웹 카메라로 찍은 뒤 분석하는 소프트웨어를 내놨다. 아이리스는 연방 수사 기관에 표정을 통해 감정을 읽을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판매해 심문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은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명의 표정을 카메라로 찍은 뒤 이들의 표정에서 기쁨·분노·슬픔·놀람·공포 등의 내적 감정을 하나씩 다 범주화하고 분석해 데이터베이스화했다. 특히 이모션트는 다인종 다민족 수백만명을 시장 조사에 참여시켜 반응하는 얼굴 표정을 방대한 규모로 축적했고 어펙티바는 80개국에서 240만명을 대상으로 70억 개에 달하는 감정 반응을 측정했다. 감정을 읽어낼 수 있는 이들의 기술은 수사기관이 범인을 심문할 때, 교실에서 학생들의 태도를 판별할 때, 레스토랑이나 쇼핑몰에서 고객들의 만족상태를 파악할 때 등 다양한 분야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들이 개발한 기술과 응용 과정에서 사생활 방지 규제가 전혀 없어 개인의 사생활 침해와 오남용 가능성 등을 우려하는 지적도 제법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이모션트와 어펙티바는 얼굴 표정 찍은 사진을 지운다고 하지만 제3자가 이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서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는 것에 대해 제재할 방법이 없다. 특히 첨단 기술과 방대한 빅데이터로 무장했으나 표정만으로 사람의 감정을 읽는다는 가설에 따라 잘못 해석될 가능성도 크다
‘얼굴 심리학’의 대가 폴 에크먼 캘리포니아 대 명예교수는 개인의 사생활 침해와 오남용 가능성을 언급하며 “적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에크먼 박사는 이들 기업의 기술 개발에 영감을 준 비언어 의사소통전문가이다. 그는 “정부가 개입해 사생활 침해를 막을 수 있도록 규제해야 하고 적어도 쇼핑몰과 같은 공공장소에서는 고객들에게 최소한 자신의 감정선이 읽히고 있다는 사실을 공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