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적을 이미 발표한 기업 55곳 중 20곳(36.36%)이 ‘어닝 쇼크’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보통 증권사들이 내놓는 실적 전망치 평균(컨센서스)보다 기업의 실제 영업이익이 10% 이상 높으면 ‘어닝 서프라이즈’로, 10% 이상 낮으면 ‘어닝 쇼크’로 분류한다.
◇자동차ㆍ철강ㆍ건설 업종 몰락=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 어닝 쇼크를 준 업종은 주로 건설ㆍ자동차ㆍ철강 등 수출 업종이었다.
증권사는 삼성중공업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1784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지만, 실제 영업이익은 43.05% 낮은 1016억 원에 불과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도 183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대비 80% 줄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80.0%와 76.7%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 기아자동차의 영업이익은 5005억원으로 시장 전망치(6708억원)보다 25.39%, 포스코(7644억 원)는 시장 전망치(9522억 원)보다 19.72% 낮았다.
특히 포스코는 실적 부진 탓에 주가도 꾸준한 하락세다. 지난해 9월만 해도 포스코의 주가는 36만1000원으로 시가총액 순위는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에 이어 4위였다. 하지만 4개월여 지난 현재 주가는 당시보다 30% 추락했다. 이 기간 동안 시총은 9조원 이상 증발하면서 순위 역시 10위까지 밀려났다.
현대차 역시 시장 기대치를 소폭 밑도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내놨다. 현대차의 4분기 영업이익은 1조875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7.6% 감소했다. 이는 시장이 예상한 2조60억원보다 조금 낮은 수치다. 대림산업도 시장전망치(882억원)보다 3000억원 낮은 222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 밖에 KT(-73.3%), 삼성화재(-32.64%), 현대위아(-16.76%), LG화학(-16.8%) 등도 예상치에 못 미치는 실적을 보였다.
◇반도체ㆍIT하드웨어 부상=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보다 10% 이상 높아 ‘어닝 서프라이즈’를 낸 기업은 12곳(21.82%)이었다.
LG그룹 계열사를 비롯해 내수 경기에 민감한 종목 상당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LG상사(53.64%) LG생명과학(24.03%) LG하우시스(17.29%) LG유플러스(13.88%)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냈다. 삼성전기(21.83%) 넥센타이어(20.90%) 등도 시장 기대치보다 높은 실적을 올렸다.
반도체 업종의 부상도 주목할 만하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5조2900억원. 전년 동기 대비 36.37% 줄었지만 지난해 3분기(4조600억원)보다 30.24% 늘어나며 5조원대 이익을 회복한 것에 시장은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는 반도체·디스플레이를 담당하는 부품(DS) 부문이 3조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낸 게 큰 역할을 했다.
SK하이닉스 역시 4분기 매출액은 5조1479억원,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조6672억원, 1조6241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뛰었다.
특히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 역시 지난해 4분기 급락한 원화 가치가 실적 개선으로 나타났단 점이 주목된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분기 최고 이익을 낸 요인으로 D램 부문의 수익성 개선,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효과와 더불어 우호적인 원ㆍ달러 환율 환경을 꼽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과 LG 양대 부품사인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기분 좋게 새 사업시즌을 맞았다. 삼성전기는 작년 4분기 매출 1조8326억원, 영업이익 344억원으로 매출은 전분기와 전년동기 대비 각각 6%, 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경쟁사인 LG이노텍은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LG이노텍은 지난해 4분기 매출 1조8150억원, 영업이익 580억원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매출은 17%, 영업이익은 100% 끌어올렸다. 연간으로 따져도 매출은 전년대비 4% 오른 6조4661억원, 영업이익은 무려 130%나 치솟은 3140억원을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