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한 방울로 알츠하이머 치매를 진단할 수 있는 세상이 다가왔다. 또한 혈액으로 대부분의 암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도 상용화 문턱에 도달했다. 현대의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된 혈액진단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진단의학 시장을 지속적으로 견인하고 있는 탓이다.
5일 영국 리서치기관 칼로라마 인포메이션(Kalorama information)에 따르면 글로벌 체외진단 시장 규모는 2010년 70억 달러에서 지난해 119억 달러로 4년간 70% 성장했다. 국내 시장도 2010년 377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673억원으로 78% 커졌다. 관련 업계에선 체외진단기기 시장도 매년 평균 6%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진단의학이란 혈액·소변·대변·체액·조직 등 각종 인체로부터 채취되는 검체(檢體)에서 분자·세포 성분을 검사해 환자의 질환을 진단하는 학문이다. 현대의학에서 진단의학은 의학적 결정에서 약 70%의 의존도를 보이고 있어 이젠 필수요소가 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혈액진단은 가장 기본적인 분야로 혈액에서 혈구 세포수를 측정하거나 출혈, 혈전 관련 검사 등을 진행하며, 이를 통해 백혈병, 에이즈 등을 진단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정부기관과 민간 바이오기업들이 나서 혈액진단 시장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말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개발한 혈액진단 기술이 화제가 됐다. 혈액 한 방울로 알츠하이머 치매를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처음으로 선보여서다. 알츠하이머 치매를 일으키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농도 변화를 혈액검사로 손쉽게 알 수 있게 하는 방식이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서 과도하게 증가할 때 발생한다.
민간 바이오기업들의 움직임은 더욱 활발하다. 씨젠, 아이센스, 랩지노믹스, 에이티젠, 인포피아 등의 바이오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국내는 물론, 스위스 로슈, 미국 애보트, 독일 바이엘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진단의학 기기 시장을 지속적으로 두드리며 영토 넓히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상도 확대되고 있다. 자가진단 기기에서 대형병원 대상 기기까지 다양해졌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엔 혈액만 갖고 대부분의 암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기업으로부터 나와 관심이 집중되기도 했다. 파나진이란 중소기업이 만든 혈액진단 기술은 연구 목적으로 대학병원에 시제품으로 이미 공급됐고, 올해 상용화가 진행될 전망이다. 폐암, 대장암 진단이 가능하며 유방암, 갑상선암, 백혈병 등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출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바이오기업 솔젠트가 자체 개발한 에볼라 진단키트는 유럽 의료기기인증을 획득해 유럽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디지탈옵틱도 체외진단용 의료기기를 스리랑카에 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혈당진단기기업체 아이센스도 2010년 글로벌 기업들을 제치고 뉴질랜드 정부기관과 독점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뚜렷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는 상황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혈액진단을 포함한 체외진단의학 시장의 잠재력이 클 뿐만 아니라, 대다수 의료기기가 받아야 하는 신의료 기술 평가에서 제외된 의료기기법 개정으로 관련 규제도 어느 정도 해소된 상황”이라며 “여기에 최근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고, 연구개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국내 시장이 한층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