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예산의 15%에 달하는 국고보조금이 줄줄 새고 있다. 지원 분야와 대상이 광범위해 상당 규모가 정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국고보조금은 중앙 정부가 여러 유형의 사업을 돕고자 지방자치단체나 민간에 지원하는 돈이다.
2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06년 30조3000억원(1163개 사업)이었던 규모는 10년이 채 안 돼 배 가까이 급증했다. 해마다 늘어 지난해 국고보조금 예산은 52조5000억원으로 R&D 정부출연금(30조9000억원)과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국세감면액(33조원) 등을 포함하면 실제 보조금 규모는 연간 1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 관계자는 “국고보조금은 비리·부패가 만연해 국가 경제에 끼치는 악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난 사건들만 봐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
경북 의성군의 복지타운 조성사업에 참여한 건설사 대표는 2010년 국고보조금 140억원을 받았다. 그는 이중 37억원을 빼돌려 포르셰를 빌려 타고 다니는 등 호화생활을 하는 데 사용했다.
정부가 일선 학교의 경제교육을 강화한다며 2008년 설립한 ‘경제교육협회’는 130억원의 보조금을 받아 36억원을 빼돌린 것으로 수사 결과 드러났다. 경찰 수사에서 연루 업체의 한 사장은 비밀 장부에 ‘돈은 먹는 놈이 임자’라고 써놓기도 했다.
한 사단 법인 본부장은 지난 2012년 청렴·공정 공직사회 정착을 위한 심포지엄을 위해 안전행정부로부터 국고보조금을 지원받은 뒤 집행 잔액 1502만원을 횡령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그는 이 돈을 자녀의 학원비와 빚 갚기, 개인 용돈으로 쓴 것으로 조사됐다.
한 대학교수는 산학협력 연구비 5억3000만원을 지원받은 뒤 가족, 친구, 제자가 연구원으로 참여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1억1000만원을 빼돌렸다.
감사원 감사 결과 지난해 8월 기재부가 국고보조금 정산 업무 소홀로 민간단체가 8억원의 보조금을 횡령하도록 방치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보조금관리법에는 ‘기재부 장관 등이 보조사업의 중복·부정수급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관련 비리 사건은 끊이질 않고 있다.
기재부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국고보조금 사업에 대해 사업 및 재정지원의 타당성과 필요성, 사업 내용과 추진 방식의 적절성 등을 기준으로 △정상추진 △사업방식 변경 △사업 폐지 등의 평가를 하고 있다.
원종학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폐지 판정을 받은 사업에 투입된 예산 규모가 2011년 2987억원(전체 예산의 5.1%)에서 2013년 1조1450억원(21.5%)으로 크게 늘었다고 지적했다.
국고보조금 사업의 평가는 3년에 한 번 이뤄지는데 수천 가지 사업을 30여명의 평가위원이 단 3개월 동안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보조금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단순히 보조금 사업을 모니터링하는 수준이 아니라 매년 모든 사업을 평가대상으로 삼고, 평가결과를 다음 예산에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평가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