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금리에 따라 일과 돈의 가치는 서로 다르게 변하므로 이 둘은 좋은 포트폴리오가 된다. 금리가 하락하면 일의 가치는 올라간다. 매월 100만원을 근로소득으로 받는 사람은 금리가 5%일 때는 2억4000만원의 예금이 있으면 그만한 이자소득을 얻는다. 금리가 2%로 하락하면 6억원의 금융자산이 있어야 매월 100만원의 이자를 받는다. 금융자산으로 환산해 보면 일의 가치가 6억원까지 오른 것이다. 1%로 금리가 하락하면 12억원이 된다.
한편 금융자산의 경우 금리가 하락하면 금융소득이 줄어든다. 생활비 300만원을 이자로 충당하려고 금리 5% 시대에 7억2000만원을 모아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금리가 2%로 하락하면 이자만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필요한 자산은 18억원으로 껑충 뛴다.
반대로 금리가 상승하면 일의 가치는 하락하고 돈의 가치는 오른다. 따라서 노후에는 금융자산소득만이 아니라 일에서 나오는 근로소득을 같이 하면 금리가 변하더라도 비교적 일정한 구매력을 유지할 수 있다.
둘째, 금리가 2% 이하인 초저금리 구간에서는 금리 변동에 따른 돈의 가치 변동이 심하기 때문에 금융자산만으로 노후를 준비했다가는 차질을 빚기 쉽다. 위에서 본 것처럼 2%에서 1%로 금리가 하락해도 필요한 금융자산이 급속하게 커지기 때문이다. 일을 통해 이러한 예상치 못한 금융소득 감소를 방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노후에 금융자산만 믿고 있다가 일본처럼 금리가 0.1%가 되면 모아 둔 금융자산이 거의 무수익 자산으로 변할 수 있다. 장기 저성장 국면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예상치 못한 초저금리의 습격에 대비해 일할 필요가 있다.
셋째, 근로소득은 모자라는 금융소득을 보완할 수 있다. 저금리에서는 노후에 금융자산에서 나오는 소득이 급속히 감소하므로 이것만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렵다. 이를 보완하는 중요한 원천이 근로소득이다. 물론 저금리 시기에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지만 이 현상 자체가 일의 가치가 높아졌음을 보여주므로 소득이 낮더라도 근로소득을 얻는 것이 좋다.
넷째, 안정된 근로소득이 있으면 금융자산을 안정 위주로만 운용하지 않고 좀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근로소득에다 좀 더 높은 수익을 내는 자산 포트폴리오를 갖게 되므로 전체 소득이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반면에 금융소득만 조금 있는 사람은 노후에 위험자산에 투자하면 생활이 위험할 수 있으므로 기대수익이 낮은 안전자산에만 투자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전체소득은 상대적으로 훨씬 떨어지게 된다.
금융자산과 근로소득을 같이 취하는 연금겸업형 라이프스타일이 초저금리 시기에는 꼭 필요하다. 하지만 일자리를 갖는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은퇴 전에 미리 준비를 하든지 은퇴 후 2~3년 투자해 기술에 기반한 자신의 직업을 가지면 좋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자산의 일부를 자신의 인적자산에 투자해 ‘자신의 가치’를 높여 놓는 것이 좋다. 금융자산의 일부를 나에게 투자해 기술을 익혀 노후에 금융소득과 근로소득을 함께 하는 것은 참으로 좋은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