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에도 불황이 닥치고 있지만, 박관호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의장<사진>은 아직도 자신만만하다. 5분기 연속 실적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나 재무제표로는 여전히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위메이드가 지난달 11일 발표한 '2014년 연결 재무제표 실적'결과 매출 1627억원, 영업손실 314억원, 당기순이익 2091억원으로 잠정 집계했다. 영업손실 규모가 300억원을 훌쩍 넘었는데, 당기순이익 규모는 무려 2000억원 넘게 흑자로 집계된 것이다. 아이러니한 상황에 게임업계와 주식시장은 순간 혼란에 빠졌고 궁금증은 커졌다. 이유는 곧 이어 밝혀졌다.
17일 게임업계와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위메이드가 지난해 대규모 영업손실에도 불구하고 2000억원 넘게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배경에는 다음카카오의 장부상 지분가치가 반영된 결과다. 실제 현금유입이 아니라 재무제표에만 기재된 수치다. 이로 인해 위메이드는 지난해 대규모 영업적자를 덮고도 당기순이익 흑자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박 의장은 지난 2011년 8월 카카오에 50억원을 투자해 지분율 2.36%를 확보했고, 이듬해 2012년 4월에는 추가로 200억원을 집어 넣으면서 지분율을 5.8%로 높였다. 당시에는 카카오가 비상장기업인 관계로 지분평가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실질적인 지분가치는 지난해 10월 카카오와 다음커뮤니케이션의 합병법인이 출범하면서 적용됐다. 지난해 기준 위메이드의 다음카카오 지분율은 4%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장부상 가치는 2883억원이다. 위메이드가 투자금액대비 1200%이상의 수익률을 올린 셈이다.
이에 대해 위메이드 관계자는 "다음카카오의 경우 재무제표에 '지배기업 소유주에 귀속될 당기순이익'으로 산정했기 때문에 당기순이익이 흑자로 집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메이드와 조이맥스가 갖고 있는 네시삼십삼분의 지분율은 조만간 축소될 전망이다. 최근 네시삼십삼분이 중국 텐센트에 1300억원 규모의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발행했기 때문이다. 전환상환우선주는 장래 일정한 기간에 보통주식으로 전환하거나 이익으로 상환할 수 있는 권리다. 이를 고려할 때 위메이드의 네시삼십삼분 지분율은 20% 초반까지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위메이드의 네시삼십삼분 지분투자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게임업계와 주식시장에서는 네시삼십삼분이 멀지 않은 시점에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높다. 이 경우 주식시장에서는 네시삼십삼분의 기업가치를 최소 1조원 규모로 보고 있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네시삼십삼분이 아직은 비상장기업이라 정확한 기업가치 산출이 어렵지만 상장할 경우 최소 1조원 규모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보수적으로 평가해도 위메이드의 네시삼십삼분 지분가치가 2000억원 이상이다.
박 의장이 투자한 기업은 이뿐이 아니다. 박 의장은 모바일게임 개발기업에도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브리디아와 디브로스에 각각 30.55%, 21.27%의 지분을 투자했고, 같은 모바일게임 개발기업인 아이나에도 23.16%의 지분투자가 들어갔다.
박 의장의 이러한 의지는 지난해 위메이드 대표이사 교체에도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박 의장은 지난해 3월 신임 대표로 장현국 부사장을 선임했다. 장 대표는 네오위즈게임즈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 겸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을 정도로 재무와 투자분야 전문가다.
또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장 대표는 게임분야 전문가는 아니지만 재무와 투자에 전문적인 식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네오위즈게임즈 재직 때에도 재무와 투자업무를 진행하고 관련사업도 챙겼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