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독서산책] 모이제스 나임, ‘권력의 종말’

입력 2015-03-2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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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지금까지 잘 인식하고 이해했던 것과 달리 훨씬 더 근본적인 변화를 겪는 중이다.” 권력을 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는 큰 간격이 존재한다. 권력을 쥐기 전에 사람들은 권력을 잡기만 하면 뭐든 할 수 있을 것처럼 느끼지만 막상 권력을 쥐고 나면 어느 누구보다도 자기 권력의 한계를 절실히 깨닫게 된다. 여기서 권력은 다른 집단과 개인들의 현재 또는 미래의 행동을 지시하거나 막을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모이제스 나임의 ‘권력의 종말’(책읽는수요일)은 거대한 흐름으로 자리 잡게 된 거대 권력의 몰락 현상을 다루고 있다. 예를 들어, 새 정부가 등장하면 다들 큰 기대를 갖는다. 이때 시민들은 권력을 잡은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지나치게 크게 본다. 하지만 막상 권력을 쥔 사람들은 지극히 제한적 영역에서만 권력을 발휘할 수 있을 뿐이다. 이 책은 이런 현상이 일시적인 일이 아니면 범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을 차근차근 밝힌다.

우리는 흔히 권력 약화의 주요 요인으로 인터넷과 같은 기술발전을 들지만 저자의 분석은 좀 다르다. 더 근본적인 이유를 세 가지, 즉 양적 증가 혁명, 이동 혁명, 그리고 의식 혁명에서 찾는다. 양적 증가 혁명은 사람, 도시, 생산물 등이 더 많아졌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전 세계가 생산하는 경제 산출물은 1950년 이래로 다섯 배, 1인당 소득은 3.5배 늘었다. 양적 증가 혁명은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더 풍족한 삶을 살 때, 그들을 철저히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은 더욱 힘들어진다”는 문장으로 압축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또 이리저리 옮겨 다니면서 산다. 유엔은 전 세계에 2억1400만명의 이주민이 있다고 추산하는데, 지난 20년 동안 37%가 증가했다. 여행객, 상품교역량, 자본의 이동, 정보 유통 등이 모두 증가했다. 저자는 이동혁명에 대해 “사람들은 이주를 통해 자신에게 더 좋은 조건을 제공할 거라고 믿는 권력 지역으로 스스로 이동함으로써 권력의 분포 지형을 바꾼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의식혁명은 양적 증가 혁명과 이동 혁명이 낳은 부산물이다. 앞의 두 가지 혁명은 빠르게 성장하는 거대한 신중산층을 낳았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자신들보다 휠씬 더 잘 살고 자유로우며 더 많은 성취를 한 것을 아는 사람들의 기대 수준은 높아지게 마련이다. 이런 현상은 권력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새로운 심리적 태도와 의식 변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이들 세 가지 흐름은 앞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을까. 없기 때문에 거대 권력의 입지는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권력의 쇠퇴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긍정적 효과는 더 자유로운 사회, 유권자가 더 많은 선거와 선택권을 가진 사회, 아이디어를 더 많이 실천할 수 있는 사회다. 하지만 권력의 쇠퇴는 범죄자와 테러리스트, 악의적 비국가 활동가들을 전 세계에 확산시키는 추동력을 제공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권력의 쇠퇴가 가져오는 위험을 우리가 확인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저자는 책의 끝부분에 의미 있는 경고의 메시지를 더한다. “오늘날 새로운 것이 있다면, 치명적인 생각을 가진 세력들을 포함해 신진 세력이 권력을 잡기가 전보다 훨씬 더 쉬워진 환경이다.”

저자는 이런 폐해를 방지하는 수단으로 극단적인 단순주의 세력을 경계하고 그들이 추구하는 영향력으로부터 시민들이 의도적으로 벗어날 것을 주문한다. 여기서 단순주의 세력은 민중주의(포퓰리즘)를 이야기하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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