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대졸 공채 인적성 시험(HMAT)이 열린 이 곳에서는 오전 7시부터 응시자들을 위해 찹쌀떡과 생수 한 병을 나눠줬다.
“아침 안 드셨으면 떡이랑 물 가져가세요.” 김씨는 현대차 진행팀의 호의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엄마 시험 잘 보고 올께.” 그는 어머니의 손을 꼭 잡은 뒤 천천히 학교로 들어섰다. 어머니는 그런 그의 뒷모습이 건물에 가려 보이지 않을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박명순(54)씨는 “애가 작년에 취직이 안 돼 졸업을 미뤘어요. 올해는 꼭 되야죠”라며 두 손 모아 말했다.
이날 서울의 동국대ㆍ가락중ㆍ신천중ㆍ잠실고, 부산의 부산전자공고, 전주의 전일중에서는 2만여명의 응시자가 HMAT를 치뤘다. 신청중에는 900여명의 응시자가 몰리면서 아침 현장 분위기는 수능 시험장을 방불케 했다. 누군가는 부모님의 고급 세단에서 내려 학교에 들어섰다. 이어폰을 낀 채 여유로움을 유지하려 애쓰며 터벅터벅 들어서는 이도 있었다.
현대차의 HMAT는 언어 이해(25문항 30분), 논리판단(15문항 25분), 자료 해석(20문항 30분), 정보추론(25문항 30분), 공간지각(25문항 30분)ㆍ도식 추리(30문항 25분) 등 5개 영역으로 이뤄졌다. 여기에 인성검사(112문항 60분)와 역사에세이(현대차에 한함, 1문항 30분)까지 치뤄야 한다. 시험시간만 4시간이 넘는 강행군이어서 응시자에게는 좋은 컨디션과 충분한 체력이 필수로 여겨지고 있다.
공간지각과 도식추리의 난이도가 높았다는 응시자들의 평가와 달리 역사에세이 주제는 평이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현대차는 올해 역사에세이에서 ‘현대차의 5개 핵심가치 중 두 개를 선택해 역사적 사건과 관련지어 설명하라’,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을 평가하라’는 두 개의 주제를 제시했다.
첫 번째 주제는 현대차의 핵심가치인 도전, 창의, 열정, 협력, 글로벌 마인드를 숙지해야 풀 수 있는 문제였다. 두 번째 주제는 올해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탄생 100주년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고 정주영 창업주는 “한 번 해봐라”를 강조한 경영자다.
응시자는 둘 중 하나를 골라 30분 동안 1000자 분량으로 에세이를 작성했다. 지난해에는 40분 동안 두 개의 주제를 각각 700자씩 작성해야 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들의 부담은 한결 가벼워졌다.
시험장의 바로 앞 아파트에 산다고 소개한 윤모(27)씨는 “역사에세이는 주제가 생소하지 않다 보니 오히려 더 공을 들여 썼다”고 말했다.
이번 주말 현대차는 11일, 삼성그룹은 12일 인적성 검사를 치룬다. 주말 동안 대기업 인적성 시험을 치루는 응시자들은 15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주말을 통해 올해 상반기 대기업 취업 고시의 막이 오른 셈이다.
윤씨는 “내일은 삼성 SSAT도 봐야 한다. 대기업 취업에 재수란 없지 않느냐”며 짧게 말한 뒤 급하게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