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 에넥스, KCC홀딩스 등 중견기업들이 설립한 위장 중소기업 12곳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다. 검찰 내부에서도 적극적인 처벌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전해지면서 끊이질 않는 위장 중소기업 폐단을 없애기 위한 정부 노력이 결실을 맺을 수 있을 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2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최근 검찰은 지난 2월 말 중기청이 위장 중소기업으로 고발한 12개사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중기청이 올초 적발한 위장 중소기업 26곳 중 공공시장 입찰용 중소기업 확인서를 허위나 거짓으로 발급받은 기업들이 대상이다. 이들 검찰 고발 중소기업들의 모기업은 삼표, KCC홀딩스, 에넥스 등의 중견기업이다.
이 중에서도 삼표는 알엠씨, 남동레미콘, 유니콘 등의 자회사 5개 공장에 대한 고발이 접수돼 검찰 수사의 주요 대상이 되고 있다. 삼표는 공공조달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최대주주 및 친족관계에 있는 특수관계인이 실질 지배토록 하는 위장 중소기업을 설립한 혐의를 받고 있다.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판로지원법)'을 위반한 혐의다. 삼표는 이를 통해 지난 2년간 조달시장에서 252억1000만원을 납품했다.
이와 비슷한 혐의로 KCC홀딩스의 시스원 등도 고발 대상이 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일부 IT기업들의 경우 조달시장 납품금액이 적어 검찰에서도 고의성을 입증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KCC홀딩스와 시스원은 조달시장 납품금액이 475억5000만원에 달해 삼표와 함께 검찰의 주요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내부에서도 지난해와 달리, 이번 위장 중소기업 수사에 적극적인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는 지난해 첫 고발때에 비해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화가 됐던 데다, 당시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3건, 무혐의 1건이라는 초라한 수사 결과를 냈던 전례를 남겨서다. 지난해의 경우 각 지검들이 수사를 별도 진행했지만, 이번엔 일종의 '공통기준'을 적용해 보다 적극적으로 수사에 착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기청도 처음으로 공공구매 분야에 정통한 A법무법인을 법률대리인으로 선임하고, 이들 기업의 위법성을 철저하게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그만큼 위장 중소기업에 대한 강한 적발ㆍ처벌 의지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최근 각 건별로 지방검찰청과 경찰청에서 수사 착수 관련 내용을 전달받고 있다"며 "특히 오래전부터 위장 중소기업 문제가 거론됐던 레미콘업체들은 의도성이 있다고 보고 적극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검찰 고발로 유죄가 밝혀지면 판로지원법 제35조에 따라 해당 기업들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벌을 받게 된다. 이에 수백억원대 조달시장 납품실적과 비교해선 여전히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비판이 많다. 또한 위장 중소기업과 연결된 모기업을 처벌하지 못하는 현재의 법률 구조도 한계라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모기업과 위장 중소기업간 고의성 여부를 판명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법을 바꾸더라도 '과잉입법' 논란에 부딪힐 수 있어 정부에서도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중기청은 이달부터 ‘위장 중소기업’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부적격 중소기업’으로 바꿔 지칭하고 있다. 고의성 여부에 대해 판명하기 쉽지 않은 만큼, 처음부터 위장 중소기업이란 지칭이 해당 기업에게 의도치 않는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