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중국판 ‘양적완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인민은행은 막대한 지방정부 부채 문제 해소를 위해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정책을 바탕으로 중국식의 혁신적인 신용완화정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28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에서 벗어나고자 실시한 대규모 경기부양책 부작용으로 중국 지방정부는 막대한 부채를 안게 됐다. 최신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말 지방정부 부채는 16조 위안(약 2761조원)으로 지난 2013년 6월에서 50% 급증했다. 일각에서는 약 25조 위안에 이를 것이라며 중국 정부 집계보다 더 높게 보고 있다.
이에 인민은행은 지방정부들이 만기가 돌아오는 부채를 새 지방채 발행을 통해 상환할 수 있는 조치를 준비 중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중국 재정부가 지난달 지방정부들에 올해 1조 위안 규모의 지방채 발행을 이용해 그런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인민은행이 새 지방채들을 직접 매입하는 미국과 일본식의 양적완화를 쓰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커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이 미국식의 양적완화보다는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프로그램(LTRO)과 비슷한 방식을 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민은행이 지방채를 사들이는 것이 아니라 시중은행으로부터 지방채를 담보로 받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형태를 취한다는 것이다. 새 방식의 통화정책은 ‘담보보완대출(PSL, pledged supplementary lending)’로 불리게 될 것이라고 WSJ는 전했다.
경기둔화와 부실대출 우려로 시중은행의 지방채에 대한 수요가 축소됐기 때문에 미국처럼 직접 매입하는 것은 효과가 적다는 판단 하에 나름 묘수를 찾은 셈이다. 장쑤와 안후이, 닝샤후이족 자치구 등 지방정부가 은행들의 낮은 수요로 지방채 발행을 연기했거나 할 계획이다.
새 대책은 지방정부 부채 문제를 완화하는 것 이외에도 경기부양 효과도 거둘 전망이다. 시중은행에 풍부한 유동성이 공급되면 이 돈이 일반 소비자와 기업으로 흘러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