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이 세계 주요 기업들의 성장 동력으로 인식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M&A의 건당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의 M&A 거래 규모는 1조3000억 달러(약 1405조원)로 2007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전체 M&A 건수의 약 43%가 거래금액 50억 달러를 웃도는 ‘점보딜’로 나타났다. 점보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999년 이후 최고치다.
M&A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배경에는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기업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영향이 컸다.
미국 기업들의 올해 주주 환원액 규모는 1조 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사주 매입과 배당을 실시해 작년의 9040억 달러 규모를 뛰어 넘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렇다고 기업들의 형편이 나아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유가 하락으로 인한 이익 창출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에 본거지를 둔 기업들의 매출 성장률은 여전히 둔화되고 있다. 금융 및 재무조사업체 S&P캐피털IQ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S&P500지수 기업들의 상당수가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마이너스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할 정도다.
이에 기업들이 M&A를 발판 삼아 경영부진 현상을 숨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올해 성사된 점보딜을 살펴보면 다국적 에너지기업 로열더치셸은 영국 천연가스업체 BG그룹을 인수하기 위해 오는 2018년까지 25억 달러의 비용을 감축하기로 했다. 노키아는 프랑스 통신업체 알카텔루슨트를 사들이기 위해 2019년까지 줄이기로 한 지출 규모는 9억 유로에 달한다. 워런 버핏이 이끌고 있는 버크셔해서웨이와 브라질 사모펀드 3G캐피털이 공동 소유한 식품업체 하인즈는 크래프트푸드를 인수해 합병하기로 했다.
UBS의 유럽 중동 아프리카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윌리엄 베레커 애널리스트는 “기업들은 성장 방안을 찾고 있고, M&A는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며 “경영진과 이사진은 주주들이 M&A를 적극 지지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