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000270]의 올해 판매목표 달성에 '빨간 불'이 켜졌다.
국내에서는 수입차에 밀리고 해외에서는 유로화와 엔화 약세에 따른 차 값 경쟁력 약화와 신흥시장 불안 등의 영향으로 판매 목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올해 전 세계 시장에서 현대차[005380] 505만대, 기아차 315만대 등 총 820만대를 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 800만5천대보다 19만5천대 가량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올해 1∼4월 현대차의 누적 판매량은 162만128대, 기아차는 102만3천472대에 그쳐 작년 같은 기간보다 2.9%와 2.4% 각각 감소했다.
목표대로 순항했다면 현대차는 이 기간 168만3천대, 기아차는 105만대 가량을 팔아야 했지만, 작년 실적에도 못 미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올해처럼 생산계획 대비 달성률이 떨어진 것은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내부에서도 '위기'라는 인식이 강하다.
우선 내수 실적이 좋지 않다. 현대차의 경우 투싼이 신차 효과를 누린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차종의 판매량은 대부분 뒷걸음치거나 제자리 걸음을 했다.
투싼은 올해 들어 4월까지 1만8천16대가 팔리며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0% 늘었다. 반면 쏘나타는 작년보다 3.0% 늘어난 3만1천215대가 팔리는데 그쳤고 아반떼는 2만6천88대가 판매돼 '제로 성장'을 기록했다.
특히 그랜저(-10.4%)와 제네시스(-10.5%), 에쿠스(-28.1%) 등 수익이 많이 남는 대형 차종은 두자릿수 이상 큰 폭으로 판매가 줄었고 싼타페도 투싼의 인기에 밀려 작년보다 19.8% 감소했다.
기아차 역시 신형 카니발과 신형 쏘렌토, 모하비 등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차종만 선전했을 뿐 모닝(-6.5%)과 K3(-23.8%), K5(-23.9%), K7(-23.2%), K9(-14.8%) 등 경차, 중형차, 대형차 가릴 것 없이 대부분 차종의 판매가 큰 폭으로 줄었다.
해외시장의 상황은 더 열악하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해외 판매량은 올 들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와 3.9% 각각 줄었다.
엔저와 유로화, 신흥국 통화 약세의 영향으로 해외 판매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현대기아차와 달리 엔저와 유로 약세를 등에 업은 일본과 유럽차 업체는 선진국 시장에서 높은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다.
그나마 미국 시장은 인센티브(판매장려금)를 늘려 점유율을 유지하는 형편이다.
올 들어 4월까지 현대기아차의 미국 판매량은 43만4천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2% 늘었고, 점유율은 8.0%를 유지했다.
투루카닷컴에 따르면 4월 업체별 대당 평균 인센티브는 2천601달러지만 현대차는 2천710달러에 달했다. 이는 작년 4월보다 47.6%나 급증한 금액이다. 기아차도 26.0%나 상승한 2천758달러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올해 연간 판매 목표 자체를 수정하기보다 인센티브를 늘리는 방법 등을 통해 물량을 밀어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막판 밀어내기로 800만대를 돌파한 것 처럼 올해도 목표를 맞출 것"이라며 "대신에 수익성은 크게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현재까지 판매 목표를 수정하지는 않았다"면서 "하반기 신차들이 나오면 판매량이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올 하반기에 K5와 아반떼, 스포티지 등 완전변경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