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현대차, LG 등 국내 3대 재벌그룹 가운데 올해 1분기 실적 '성적표'가 가장 저조한 곳은 삼성인 것으로 파악됐다.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삼성 계열사 절반가량이 '실적 쇼크'를 나타냈다. 반면 현대차와 LG그룹에서 '실적 쇼크'를 보인 계열사는 각각 2곳 정도에 불과했다.
1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으로 증권사 3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존재하면서 1분기 잠정 실적(연결 재무제표 기준)을 발표한 삼성그룹 상장 계열사 15곳 가운데 10곳이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실적을 내놓았다.
이중 특히 시장의 영업이익 추정치와 실제 발표된 실적 간 괴리율이 10%(적자 전환 포함)를 넘어 '실적 쇼크'로 볼 수 있는 삼성 계열사는 제일모직(-85.91%) 등 7곳이나 됐다.
당초 시장은 제일모직이 1분기에 426억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으나 실제 발표된 제일모직의 잠정 영업이익은 60억원에 불과했다.
삼성SDI(-77.09%)와 삼성중공업(-74.78%), 삼성물산(-66.83%), 삼성엔지니어링(-18.70%), 에스원(-16.74%), 삼성SDS(-12.07%)도 줄줄이 '실적 쇼크'를 나타냈다. 삼성정밀화학은 적자 폭이 확대됐다.
그나마 국내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9.89%)를 비롯해 삼성테크윈(513.15%), 삼성전기(12.47%), 제일기획(2.35%) 등 4곳이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해 그룹의 체면을 세웠다.
계열사 11곳 중 9곳이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건설의 1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2천6억원에 그쳐 시장 기대치(2천281억원)보다 12.05% 낮았다.
현대로템은 시장의 기대와 달리 아예 적자로 돌아섰다. 현대제철(-9.07%), 현대차(-4.43%), 현대모비스(-1.39%)의 1분기 실적도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반면 현대글로비스(5.84%), 현대하이스코(4.81%), 기아차(4.25%), 현대위아(0.61%) 등 계열사 4곳이 시장의 기대보다 양호한 성적표를 내밀었다.
LG그룹은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계열사 9곳 중 LG하우시스(-20.34%), LG상사(-34.07%) 등 2곳이 '실적 쇼크'를 나타냈다. LG생명과학의 적자폭도 확대됐다.
LG유플러스(-4.12%)와 LG이노텍(-2.76%)의 실적도 시장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이에 반해 LG 계열사 3곳은 '깜짝 실적'을 선보이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시장 기대치(5천544억)보다 34.16% 높은 7천439억원의 1분기 영업이익을 잠정 발표했다. LG화학(11.52%)과 LG생활건강(11.01%)도 우수한 성적표를 내놨다.
이밖에 LG전자는 1분기 영업이익으로 3천52억원을 기록해 시장 기대치(3천36억원)와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철강의 업황이 워낙 안 좋은 탓에 시장이 눈높이를 낮췄는데도 이에 미치지 못했고, 건설과 중공업도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해 해당 기업들의 실적이 '쇼크'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삼성그룹 계열사의 성적이 저조한 것은 업황 악화로 고전하는 경우가 다른 그룹에 비해 많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