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과 일본을 대표하는 IT기업 두 곳이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최고경영자(CEO) 교체를 결정했습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홀딩과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입니다. 교체 이유도 둘 모두 같습니다. ‘젊은 피’로 세대교체를 단행하겠다는 것이지요.
알리바바는 지난 7일(현지시간) 실적 발표에서 ‘어닝서프라이즈’를 연출했음에도 CEO를 루자오시에서 장융 최고운영책임자(COO)로 교체한다고 밝혀 시장을 놀라게 했습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이는 1970년대 출생자가 회사를 이끄는 미래를 상징하는 것”이라며 “젊은이들은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에 미래를 개척하는데 더 나을 것으로 믿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손정의 회장도 지난 11일 후계자로 자신보다 10살 어린 47세의 니케시 아로라 해외사업 담당 부회장을 지명했습니다.
마윈 회장이나 손정의 회장이나 모두 IT산업은 젊은 인재가 이끌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 마 회장은 지난 2013년 루자오시에게 CEO 자리를 물려줬을 당시에도 “나는 48세이기 때문에 ‘젊은’ 인터넷사업에 적합하지 않다”며 “인터넷은 젊은 사람의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손 회장도 이미 60세 은퇴를 공언하면서 젊은 후계자에게 자리를 물려주겠다고 말해왔지요.
젊은 사람이 우대받는 것은 미국 실리콘밸리가 더합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와 텀블러의 데이비드 카프 등 무수한 실리콘밸리 거물들이 20대에 회사를 차려 억만장자가 됐습니다. 굳이 창업이 아니더라도 3,40대에 고위직 임원에 오르는 경우는 허다합니다.
급변하는 IT 세계에서 기술 흐름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젊은 피’의 수혈은 필수적이라고 하겠지요. 그러나 한편으로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톡톡 튀는 젊은이들도 언젠가는 나이를 먹었다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해고되거나 쓸모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히게 될 테니까요. 실제로 실리콘밸리에서는 수십 년의 경력을 가진 유능한 엔지니어라도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책상이 사라지는 일이 허다합니다.
인간의 평균 수명 100세 시대가 멀지 않았다는 지금 ‘젊은 피’가 아니라는 이유로 쫓겨나 남은 인생의 절반을 무슨 일을 할지 막막한 상태에 빠진 선배들을 보는 젊은 인재들의 마음도 편치 않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흔히들 우스갯소리로 ‘한국 프로그래머들의 종착지는 치킨집 사장’이라고도 하지요. 단지 나이가 많다고 산전수전 다 겪은 ‘역전의 용사들’을 내쫓는 것은 오히려 기업에 손해가 될 것입니다.
독일 등 선진국에서는 60대에 가까운 엔지니어들이 현업에서 활발하게 뛰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서 후배들도 자신의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또 나이가 들었다고 자신이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된 생각일 것입니다. 외국에서는 50~60대의 임원들이 자신이 할 프리젠테이션 파워포인트를 뚝딱 만드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