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따라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마무리 단계에 돌입했다. 지난 2년 동안 14건의 계열사 합병과 인수, 매각 등을 추진하면서 순환출자구조가 단순해졌고, 지주사 출범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26일 합병을 결의했다. 두 회사는 7월 주주총회를 거쳐 오는 9월 1일자로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합병회사의 매출은 2014년 기준 34조원. 건설과 상사, 패션, 리조트를 아우르는 초대형 종합 서비스 기업이 탄생하게 된 셈이다.
이를 기점으로 삼성그룹의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 역시 단순해졌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총 14건의 인수, 합병, 계열사 매각 등이 이뤄진 만큼 계열사 재편도 마무리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첫 시작은 2013년 7월이었다. 당시 삼성물산이 삼성엔지니어링 지분 매수를 밝히면서 계열사 재편 시나리오가 시작됐다. 이어 9월 23일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의 패션사업부문을 인수했고, 나흘 뒤(27일) 삼성SDS가 삼성SNS를 전격 흡수 합병했다.
이후 숨 가쁘게 각 계열사가 사업부문과 이름을 주고받았다. 이듬해인 지난해 3월 제일모직은 삼성SDI를 흡수 합병했다. 7월에는 삼성에버랜드 사명이 제일모직으로 교체되기도 했다.
이러한 재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건설부문은 통합을 추진하며 시너지를 노렸지만 국민연금의 ‘주식우선매수청구권’ 행사에 무산되기도 했다.
지난해 연말(11월)에는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테그윈 등을 한화그룹에 매각했고, 삼성SDS와 제일모직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시켰다.
이런 상황에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흡수합병은 삼성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단순화를 가져왔다. 30개가 넘었던 복잡한 계열사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으로 단순화됐다.
이 단계에서 삼성전자 지주사(홀딩스)가 출범하고 지주사와 주요 계열사(삼성SDI,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사 등) 가운데 한 곳이 합병작업을 거치면 지주사 체제가 된다.
이코노미스트 역시 이날 삼성의 사업구조 재편에 대해 "삼성을 단순한 기업집단에서 투자친화적 그룹으로 바꾸고자 제대로 된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이 진행 중"이라며 "빠른 행보가 주주들에게 삼성의 리더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을 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제일모직이 지난해 말 상장한 이후 시가총액(22조1000억원)이 순자산가치(4조7000억원)와 삼성물산의 시가총액(8조6000억원)을 크게 상회해 양사가 합병할 경우 그룹 총수 일가가 지분을 많이 보유한 제일모직에 유리한 상황이 전개된다”며 “제일모직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기업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일어나는 모든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