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기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논쟁하기에 앞서 지난 143일간 조 전 부사장이 아닌, 그녀를 바라보던 이들의 행동과 상황을 한 번 짚어보고 싶다.
소위 ‘땅콩 회항’ 사건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악용한 이들은 없었는지, 또 익명이라는 이름 아래 ‘마녀사냥’을 주도하며 여론을 이끌어갔던 이들의 행동은 과연 떳떳했는지 말이다.
기자를 가장 불편하게 했던 것은 땅콩 회항의 주인공인 ‘마우나로아 마카다미아’ 판매에 혈안이 됐던 유통업계였다. 한 대형마트는 마카다미아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아예 ‘비행기를 돌려세운 그 맛’이라는 문구까지 내세웠고, 이를 본 고객들은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그 결과 이 제품은 조기 품절됐다.
겉으론 조 전 부사장의 부족한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의지를 지적하던 이들도 결국 ‘재벌 2세’가 즐겨먹는다는 음식 앞에서는 무릎을 꿇은 이중적 모습을 보인 셈이다.
또 땅콩회항은 각종 패러디를 양산하며 많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의 사진을 패러디하며 시청률을 올렸던 TV프로그램은 보는 이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KBS 개그콘서트에서 한 개그우먼은 땅콩 회항 사건을 패러디하며 단숨에 ‘조현아 닮은꼴’로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 또 tvN ‘SNL코리아 시즌6’ 첫 방송에서도 한 고정 출연자가 조현아를 패러디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외에도 많은 연예인들이 TV 연예 프로그램에 출연해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조 전 부사장을 흉내내며 시청자 웃기기에 바빴다.
땅콩회항 여론 몰이로 가슴을 쓸어내린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한창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궜던 정치권의 ‘정윤회 사건’은 당시 땅콩 회항 사건에 묻히며 소리없이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실제 한 인터넷 검색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초 SNS 등 온라인 상에서 정윤회를 언급한 건수가 하루 2만~3만건에 달했으나, 땅콩회항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는 거의 찾는 이가 없었다. 반면 조현아 전 부사장 언급량이 2만건 이상 급증하기도 했다.
이처럼 143일간 조 전 부사장의 행동을 손가락질하면서도 ‘땅콩회항 사건’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한 이들이 과연 지탄받지 않아도 마땅한지 묻고 싶다. 가슴에 손을 얹고 이들의 태도가 올바른 것이었는지 말이다.
심리학에서는 마녀사냥을 집단 히스테리의 산물로, 사회학에서는 집단이 절대적 신조를 내세워 개인에게 무차별적 탄압을 하는 행위로 해석한다고 한다. 또 최근에는 인터넷 발달로 집단이 개인을 상대로 무차별 공격을 해서 ‘인격 살인’ 하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의 과실을 옹호하자는 게 아니다. 다만 앞서 얘기했듯 마녀사냥식 여론재판에 휩쓸린 대다수의 비판의식 뒤에 뿜어져 나오는 행동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묻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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