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급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시장은 개별 기업들의 실적에 따른 움직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말 발표된 삼성전자의 실적이 기술적인 반등을 이끌 수 있는 모멘텀은 됐지만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호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15일 1400선 근처까지 반등을 시도하던 지수는 프로그램의 매물로 인해 소폭 뒤로 밀리며 1390선에서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시장이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으므로 1400선 돌파라는 기대보다는 저점에 대한 신뢰 확보가 시급하다고 내다봤다.
수급을 통해 본 시장은 긍정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이 이틀연속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의 순매수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가운데 프로그램매매의 패턴 전환시기는 점치기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외국인은 과거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시기를 차익실현의 기회로 이용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외국인의 매도로 인해 올해 자사주 매입시기에는 외국인의 매도가 큰 우려로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과 과거와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으로 팽팽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민상일 한화증권 연구원은 "과거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은 외국인들의 비중축소와 맞물렸지만 이번에는 이미 축소된 부분이 있다"며 "외국인 매도가 나오더라도 절대규모 자체가 크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반면,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의 매도로 인해 올해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기간시 외국인의 매도규모는 과거보다는 적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타나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50%에 달하고 있으며 지금보다 좋았을 때인 2004년 이후에도 외국인은 자사주 매입 시기를 이용해 200만~300만주씩 매도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어지고 있는 프로그램매매의 매도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 연구원은 "투자심리가 악화된 상황에서 신규 매도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연기금의 스위칭매도까지 출회되고 있는 등 매물 출회에 대한 부담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날 재경부가 해외펀드의 세제감면을 발표함에 따라 주식시장의 수급상황 개선은 더 오랜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민 연구원은 "국내자금도 해외투자를 선호하면서 수급여건이 취약해진 상황에서 정부의 해외펀드에 대한 세제감면 소식이 전해져 국내시장의 수급이 재정비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포스코, 삼성전자 등 긍정적인 실적을 공개한 종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듯이 어닝시즌에 머물고 있는 시장은 기업들의 실적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라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들의 실적"이라며 "실적개선 등의 확인이 이뤄져야만 꼬여있는 수급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시장이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적에 따라 주가 차별화가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는 만큼 국내시장도 실적개선에 대한 공감대를 얻어가는 종목들을 중심으로 차별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