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흑인인권단체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CCP)’의 레이첼 돌레잘 지부장이 그 동안 흑인 행세를 했다는 사실이 세상에 드러났다. 미국 몬태나주에서 태어난 돌레잘은 흑인이 되기 위해 흰 피부를 일부러 그을리고, 머리카락은 곱슬로 탈바꿈시켰다. 미국 사회는 인종을 ‘선택’한 돌레잘의 행동에 분개, 돌레잘은 결국 NACCP에서 쫓겨났다.
돌레잘의 엄마가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흑인 아이 4명을 입양한 후 돌레잘이 흑인 행세를 하기 시작했다”고 언급한 것 이외에 돌레잘이 왜 흑인 행세를 했는지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돌레잘이 입양된 흑인 남동생의 법정 후견인이 되기 위해 흑인 행세를 시작했다는 전언이 신빙성을 얻고 있는 정도다.
돌레잘은 최근 워싱턴포스트(WP)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나는 스스로를 흑인이라고 여긴다”면서 “미시시피에 있는 대학교를 다니는 백인 여학생의 삶이 아닌 흑인 사회를 선택했다”고 말할 정도로 거짓말을 했다는 죄책감이 아닌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백인과 흑인, ‘인종’이라는 기준을 두고봤을 때 역사적으로 흑인은 약자로 표현됐다. 과거 백인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흑인의 사례는 종종 있었으나 그 반대의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에 돌레잘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이다.
인종은 인구통계학 분석을 위한 기준이다. 피부 색깔에 따른 해당 집단의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큰 범주를 만들고 거기에 흑인, 백인, 황인종과 같은 명칭을 붙였을 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만약 사회적 기준과 다른 집단을 선택했을 때, 진실성을 갖고 그에 걸맞는 의식을 갖출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돌레잘이 논란을 겪고 있는 부분도 자신이 원래 백인이지만 흑인의 삶을 택했다는 사실을 숨겼고, 자신의 가치관에 대해서도 불분명했다는 점이다.
혹자는 “이제 인종도 선택할 수 있는 시대로 돌입했다”고 표현하고 있다. 인종에 대한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직까지 인종을 선택할 수 있느냐에 대한 질문은 ‘예스/노’로 간단히 답할 수 없는 영역이다.
마이클 잭슨은 ‘블랙오어화이트’라는 곡에서 인종차별에 대한 불만을 표출 한 바 있다. 블랙오어화이트 가사를 살펴보면 이런 문구가 나온다. “I'm not going to spend my life being a color(피부색깔 논쟁으로 내 인생을 허비하지는 않겠어)”. 만약 마이클 잭슨이 지금 곡을 썼다면, 이 가사도 달라졌을 것이다.
대부분 ‘황인종’에 속하는 우리도 한 번쯤은 상상해 볼 수 있는 질문이다. ‘과연, 인종을 선택할 수 있을까?’. 당신의 답변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