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가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앞두고 디폴트(채무불이행)를 피할 수 있는 ‘최후의 제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EU는 지난 18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재무장관 회의에서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타결에 실패하자 22일 긴급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실무진이 아닌 정상들의 만남이기 때문에 그리스는 이번 회의에서 정상들이 검토하고 의사결정할 수 있는 개혁안을 내놓아야 한다. 자본통제와 디폴트 위험을 피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그리스 정부는 국제 채권단이 원하는 재정목표를 달성하면서도 연금을 덜 삭감하고 대신 세제혜택을 더 줄이는 방향으로 개혁안을 준비하고 있다. 그리스 내각이 이날 오전 새 개혁안을 검토한다. 내각 내 실용파로 분류되는 야니스 드라가사키스 부총리가 이번 개혁안 준비를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나 채권단이 이 개혁안을 승인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유럽 지도자들은 그리스가 먼저 국제 채권단을 만족시킬 만한 정책 수단을 내놓기 전에는 합의는 없다고 강조해 왔다. 22일 합의에 실패하면 그리스는 자본통제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유럽 관리들은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 위원 대다수가 치프라스의 완고한 태도와 채권단을 향한 비난 등에 그리스에 대한 인내심을 잃고 있다. 그리스는 이미 하루 10억 유로(약 1조2500억원) 속도로 은행 예금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ECB가 그리스 은행권에 공급하는 유동성을 대폭 줄일 가능성이 크다. 이는 뱅크런(예금 대량인출)과 이를 막기 위한 자본통제로 이어져 그리스 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된다.
새 그리스 개혁안에는 근로소득과 자본소득에 대한 공제를 없애는 등 다양한 조세감면의 폐지, 연료와 소매판매, 기타 항목에 대한 세금 부과 등이 포함됐다.
재정수입 확대로 연금삭감 폭을 최대한 줄여 정치적인 부담을 덜겠다는 의도다. 그리스 정부가 준비한 개혁안의 한 항목은 연금지출을 매년 국내총생산(GDP)의 0.5%씩 줄이도록 돼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채권단이 제시한 연금 삭감폭은 GDP 대비 1%다.
그러나 그리스 정부의 새 대안을 채권단이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IMF는 그리스가 이미 중과세 상태임을 지적하면서 연금지출의 대대적 삭감은 피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으며 독일도 이를 지지하고 있다.
그리스 정부 내에서도 강경파 목소리가 여전해 새 대안이 통과될지 불확실하다. 야니스 바루파키스 재무장관 등은 치프라스 총리에게 지금의 완강한 자세를 유지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