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연구·개발(R&D) 허브’로 거듭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혁신을 창출하고 특허 등을 확보하고자 미국 내 R&D 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고 21일(현지시간) 야후파이낸스가 보도했다.
10년 전만 해도 중국 기업들의 미국 내 리서치 허브는 드물었다. 그러나 화웨이와 ZTE 등 많은 중국 업체가 이제는 미국 연구원들을 적극적으로 채용해 새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 최소 한 명 이상의 미국 연구원이 개발에 관여한 중국 기업의 특허 발명품은 지난 3년간 매년 2배 정도 늘어나 지난해 910개에 이르렀다고 야후파이낸스는 전했다.
급성장하는 중국의 대미국 투자는 오는 23~24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제7차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도 핵심 이슈가 될 전망이다. 양측은 이번 대화에서 서로의 투자를 촉진하는 양자투자협정 논의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제약업체 휴먼웰헬스케어그룹의 빈센트 샹 국제투자 대표는 “우리는 미국에 교두보를 구축하고 있다”며 “우리의 미국 연구원들은 신약 발명 등의 분야에서 미국 메이저 제약업체와 직접적으로 경쟁하기보다는 틈새시장 개척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뉴저지 자회사에 5000만 달러(약 554억원)를 투입했다. 뉴저지의 휴먼웰 연구원들은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에서 4개의 특허를 따내는 성과를 거뒀다. 휴먼웰은 현재 주사약으로 된 일부 약품을 알약 등의 형태로 바꿔 환자들이 부담없이 약을 섭취하도록 하는 과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샹 대표는 “미국은 과학과 공학, 헬스케어 등에서 8만명이 넘는 박사 연구원이 있다”며 “이것이 바로 미국에 연구소를 설치하는 이점이다. 혁신에 접근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이길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직도 미국과 중국의 서로에 대한 투자는 경제규모에 비해 미흡한 편이다. 중국으로 유입된 전체 외국인직접투자(FDI)에서 미국 비중은 1%를 겨우 넘기는 수준이다. 다른 아시아 국가가 중국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상대적으로 미국이 밀렸기 때문.
미국 FDI에서 중국 비중은 그보다 더 적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해외투자 규정을 완화하면서 중국의 투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고 야후파이낸스는 전했다.
컨설팅업체 로디엄그룹 집계에 따르면 미국으로 유입되는 중국 FDI 규모는 지난 2000~2009년 연 수천만 또는 수억 달러 수준에 불과했지만 지난 2013년은 143억 달러, 지난해 119억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중국 특허는 양이 많지만 그 수준은 다른 나라에 뒤처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R&D 역량을 적극적으로 흡수하면서 상황이 바뀌고 있다. 예를 들어 화웨이가 미국 연구원들을 중심으로 따낸 한 광섬유 신호 관련 특허는 이후 101개의 다른 발명품에 사용될 정도라고 야후파이낸스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