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캐스터는 뉴스의 막바지에서 낭랑한 목소리로 일기예보를 전한다. 농사를 짓고, 고기를 낚아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학생·직장인까지 날씨는 생활과 직결된 중요한 요소다.
2015년 현재, 기상캐스터는 그 역할이 가진 무게감보다 조금은 가벼운 이미지로 대변된다. 미모의 기상캐스터가 더 선호되는 상황이며, 남자 기상캐스터는 찾아볼 수 없다. 어느새 내일의 날씨보다 기상캐스터의 몸매, 의상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이는 기상캐스터가 여성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근본적 원인이 됐다.
김진호 대중문화평론가는 “미국이나 유럽은 아직 많은 남성이 기상캐스터를 맡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20대 젊은 여성들의 전유물이 됐다. 문제는 이들이 날씨 예보보다 자신의 미모를 알리고 나아가 배우·예능인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기상 예보의 사명감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기상캐스터의 여성화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방송가 관계자들은 1991년 우리나라 최초 여성 기상캐스터인 이익선의 등장을 그 시초로 꼽는다. 이익선의 날씨 예보는 단숨에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뉴스의 시청률 상승로 직결됐다. 이에 방송사들은 앞다퉈 여성 기상캐스터를 고용했고, 누가 더 미모의 기상캐스터를 보유하고 있는지가 해당 방송국의 경쟁력으로 작용했다.
프리랜서 기상캐스터로 활동하다가 은퇴한 한 전직 기상캐스터는 “화장은 짙어졌고, 치마는 점점 짧아졌다. 날씨 예보만큼 기상캐스터의 미모가 중요해졌다. 일부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했지만 대중의 관심을 순간적으로 끌 수 있는 점에서 정보 전달의 유용성이라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방송사 기상캐스터는 대부분 계약직 형태로 근무하고 있다. 이는 아나운서와 달리 방송사가 전체적으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전문가들은 “기상캐스터의 전문화가 시급하다”며 기상캐스터의 여성 치우침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