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협상 타결 기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세계 오일시장 패권을 둘러싸고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란과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은 당초 마감시한으로 정한 지난달 30일까지 최종 타결에 이르지 못하자 7일(현지시간)로 시한을 연기하고 협상을 벌여왔다. 여전히 이란에 대한 핵시설 사찰 범위와 연구개발 허용 범위 등을 놓고 팽팽히 맞서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관계자들은 양측이 이미 잠정 합의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며 이란 협상 타결이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핵협상 타결 후 이란이 국제 원유시장으로 복귀하면 현재 시장 점유율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산유국 맹주 사우디와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이란은 핵협상 타결로 서방의 제재가 풀리면 자국의 원유 수출량을 2배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만수르 모아자미 이란 석유부 장관은 지난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협상 타결로 서방 제재가 해제되면 하루 평균 120만 배럴이었던 원유 수출량을 230만 배럴로 2배 가까이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란은 원유 매장량이 세계 4위 규모로 서방 제재에 따른 생산량 제한이 없으면 OPEC에서는 사우디 다음으로 생산량이 많아진다. 모아자미 장관은 “이란은 이미 활주로에서 이륙 준비를 마친 파일럿과 같다”며 “서방제재가 풀리면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산유량 쿼터제(할당제) 시스템의 전면 수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산유량 할당제 시스템의 부활은 OPEC에서 만장일치로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사우디가 반대하고 있는만큼 현 단계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며 이란과 사우디의 충돌 가능성을 점쳤다.
현재 세계 원유시장은 미묘한 시기를 맞고 있다. 세계 유가의 지표인 북해산 브렌트유 가격은 공급 과잉으로 인해 지난 1년간 45% 이상 하락해 배럴당 61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란의 원유시장 복귀가 임박하면서 공급 과잉 현상은 한층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6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4.40달러(7.78%) 급락한 배럴당 52.53달러로 지난 4월13일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브렌트유 역시 6.35% 빠진 배럴당 56.49달러로 60달러 선이 무너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그리스 사태와 중국 증시 폭락, 이란 핵협상 타결 등 세 가지 악재로 유가가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며 “상황에 따라 WTI는 배럴당 50달러, 브렌트유는 55달러 선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