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위기를 능가하는 메가톤급 폭탄이 타들어가고 있다. 바로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의 증시 거품 붕괴다. 세계 최대 원자재 수요국으로 그동안 글로벌 경제 성장을 주도해온 중국의 부진은 세계 경제에 그리스 사태보다 더한 악몽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중국 경기 둔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증시마저 무너지면 사회 불안으로 이어지고 궁극적으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뉴 노멀(신창타이)’ 정책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지도부도 이런 절박함 때문에 증시 부양책을 잇따라 쏟아내고 있다. 증권당국의 압력에 지난 주말 28개 기업이 기업공개(IPO)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중국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는 공매도 등 주가하락에 압력을 더하는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증권사와 펀드 업체들은 당국의 노력에 부응해 우량주에 적극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중국증시의 상하이종합지수는 6일(현지시간) 급등세로 마감했으나 장중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며 당국의 긴급 처방전이 전혀 먹히지 않음을 보여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증시가 지난 2007년 10월에 정점을 찍고 나서 그후 1년간 72% 하락했다며 중국이 2008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큰 시험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물론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2008년 당시 증권계좌는 1억3200만개였으나 이후 복수계좌 허용 등으로 지난달 12일 기준 2억8200만개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증시 투자자금도 25조 위안에서 78조3800억 위안(약 1경4210조원)으로 확대됐다. 홍콩과 상하이증시를 연동하는 ‘후강퉁’으로 외국인들의 중국증시 투자 채널도 더욱 다양해졌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중국경제가 직면한 하강 압력이라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이 신문은 지난 5일자 기사에서 중국도 1990년대 일본이 경험한 것과 같은 ‘포스트 버블(버블 후의 상황)’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증시에 낀 거품이 꺼질 조짐을 보이면서 전문가들은 투자와 수출을 견인차로 한 고성장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그나마 일본은 고도 성장을 통해 소득 격차를 해소했지만 중국은 공산당을 정점으로 부와 권력을 가진 상위층과 서민 사이에 메우기 어려운 골이 계속 깊어지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시 주석 등 지도부는 두 자릿 수 성장시대가 끝나자 소비를 중심으로 이전보다 속도는 느리지만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한 ‘신창타이’를 내세웠다. 아이러니하게도 중국 정부가 뉴노멀을 강조하자마자 경제는 더욱 빠른 속도로 둔화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금리를 계속 낮추고 있는데도 협의통화(M1) 증가율은 5%에 그치고 있다는 것. 이는 일본에서 금리를 아무리 낮춰도 자금이 현금이나 예금으로 묶이면서 신용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았던 현상과 비슷하다.
공공투자도 표류하고 있다. 시진핑 정권은 인프라 사업을 가속화하고 있지만 이 역시 채산성이 크게 떨어지는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어서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다. 신문은 성장을 빌미로 과도하게 부채를 늘리면 90년대 일본처럼 경제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적했다. 경영컨설팅 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지난 2007년 7조4000억 달러였던 중국의 부채는 지난해 28조2000억 달러로 약 4배 증가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4조 위안의 대규모 부양책을 동원한 후유증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여전히 고성장 시대의 분위기에 젖어 서민들까지 묻지마 투자에 나선 것이다. 중국증시 투자자는 현재 9000만명 이상으로, 공산당원 수 8700만명을 웃돌고 있다. 수년간의 부동산 시장 부진이 서민들로 하여금 자산을 불릴 수 있는 최후의 수단으로 주식을 택하게 만든 셈이다. 하지만 중국증시의 80%를 떠받치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이 무너지면 사회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어 당국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