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금융이냐 그렉시트냐’…‘강對강’독일-프랑스 정면충돌

입력 2015-07-13 09:43 수정 2015-07-1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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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적 그렉시트’언급한 메르켈 총리 리더십 시험대 올라

▲지난 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가진 프랑수아 올랑드(오른쪽)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사진=블룸버그)

그리스 3차 구제금융 협상을 둘러싸고 유럽 최대 강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11일(현지시간)부터 계속된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협의체) 회의에 이어 12일 오후 4시에 시작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회의에서 그리스를 유로존에 남아 있게 하려는 프랑스와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 독일의 격론이 대두됐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유로존 정상회의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에게 “반드시 협상 타결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그리스 정부는 신뢰을 잃었다”고 언급하며 그렉시트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전날 독일 재무부가 그리스 위기 해법으로 ‘5년간 한시적 그렉시트’를 검토하고 있다고 현지 일간 프랑트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이 보도해 유럽 전체가 발칵 뒤집혔다.

FAZ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그리스 위기 해법으로 500억 유로(약 62조8000억원) 규모의 국유자산을 매각해 부채를 감축하는 방안과 최소 5년간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해 채무 구조조정을 하는 것을 언급했다. FAZ의 보도에 또다른 언론은 “해당 문건은 독일 재무부가 ‘플랜B’ 정도로 검토했던 실무 보고서로 독일처럼 그리스에 강경한 국가들 사이에서만 회람 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스 협상과 관련된 회의 개최를 앞두고 독일 재무부 문건이 유출되자 일부에선 독일의 한시적 그렉시트 언급이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에 대한 속내를 우회적으로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다. 또 그리스를 압박하고자 고의적으로 유출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유럽 진보 언론들은 유로존 정상회의에 앞서 메르켈 총리가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을 언급하고, 내부 문서에 그렉시트가 언급된 것으로 확인되자 일제히 그를 비난했다. 진보 언론들은 “독일이 그리스 집권당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정부에 보복하고자 그렉시트를 압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 경제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메르켈 총리가 그리스 문제 대처 방식 때문에 정치적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유로존 정상회의 결과가 나오면 메르켈 총리를 향한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유럽, 치프라스에 복수하다’라는 제목의 기사로 메르켈 총리가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에 구제금융 대가로 재정 주권을 포기하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특히 프랑스 일간지인 리베라시옹은 ‘독일은 무슨 장난을 치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강력하게 비난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한시적 그렉시트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리스 사태는 유로존 이탈 혹은 잔류 두 가지 방안만 있을 뿐”이라고 독일의 한시적 그렉시트 검토 소식에 강력히 반발했다. 이날 유로존 정상회의 합의안에서 ‘한시적 그렉시트’ 문구는 삭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그리스 구제금융을 둘러싸고 유로존의 강대국인 독일과 프랑스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유로존의 균열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독일과 일부 북유럽 국가 등 그리스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채권국과 달리 그리스를 두둔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랑드 대통령의 그리스 감싸기는 프랑스와 독일 간의 전통적인 라이벌 관계와 유럽의 정치적 통합 증진, 2017년 대선 등 여러 목적을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9일 그리스 정부가 제출한 개혁안에 대해 프랑스는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독일은 묵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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