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둘러싸고 치열한 접전이 예고됐던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가 삼성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다. 합병안 저지에 실패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자신들의 요구로 상정한 2안과 3안마저 부결되며 완패했다.
17일 오전 9시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이 69.53%로 가결됐다. 의결권 주식 1억5621만7764주 가운데 9202만3660주가 양사의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주주 참석률은 83.57%였다.
이날 주총이 열리는 aT센터에는 오전 7시부터 삼성물산 관계자와 주주, 취재진들이 몰려들었다. 삼성물산 측이 회의장 2개를 빌려 약 1000석가량의 좌석을 마련했지만 이마저도 부족했다. 결국 예정된 오전 9시를 30분 이상 넘긴 뒤에 간신히 주총 개회를 선언할 수 있었다. 지연 과정에서 일부 주주들이 삼성 측에 격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주총 의장인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 부문 사장이 핵심 안건인 합병계약 승인에 대해 설명하자 여러 주주들이 손을 들고 의사발언을 했다.
엘리엇의 대리인으로 나선 법무법인 넥서스의 최영익 변호사는 직접 마이크를 잡고 “삼성물산은 막바지에 무려 5% 자사주를 KCC에 매각하고 오늘 삼성SDI와 삼성해상보험까지 주총장에 참석시켜서 절대적으로 불공정한 합병안을 강요하고 있다”며 주주들에게 반대표를 던질 것을 호소했다.
약 90여분에 걸친 의사발언이 끝난 후 오전 11시쯤 찬반 표결에 들어간 후 낮 12시쯤부터 개표를 시작했다. 그 결과 합병 찬성률 69.53%로 합병안이 가결됐다. 의장인 최 사장은 “의결권 있는 주식 1억3235만5800주 중 찬성 9202만3660주로 찬성률 69.5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어 엘리엇 측의 주주제안으로 마련된 2안에 대한 심의와 표결에 들어갔다. 2안은 현물배당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개정안이었다. 표결 결과 찬성률 45.93%로 의결권 주식의 3분의 2 이상 찬성해야 하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결됐다.
3안도 부결됐다. 3안은 ‘주총을 통한 중간배당 결의와 중간배당을 현물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개정의 안’으로 찬성률 45.82%에 그치며 통과되지 못했다.
이로써 삼성물산은 법원 판결에 이어 주총장에서도 완승하며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무사히 승인받았다. 합병 저지를 위해 움직였던 엘리엇 측은 표결 결과가 나온 후 담담한 표정으로 주총장을 빠져나갔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은 주총 직후 기자실을 찾아 “주주님과 합병에 반대해 주신 분들, 우리 직원 여러분께 감사하다”며 “실망시키지 않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주총 직후 삼성물산 최치훈, 김신 사장과 제일모직 윤주화, 김봉영 사장 명의의 CEO 입장 자료를 내고 새로운 삼성물산으로 거듭날 것을 다짐했다.
이들은 “앞으로 남은 절차를 차질 없이 준비해서 오는 9월 1일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겠다”며 “양사의 사업적 역량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회사 가치를 높여 주주들의 기대에 보답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주주들에게 제안했던 주주친화 정책도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오는 9월 1일자로 합병하게 된다. 신주권교부는 9월 14일이며, 발행은 15일이다. 통합 법인의 사명은 삼성그룹의 정체성 계승 차원에서 삼성물산으로 정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