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송신료를 둘러싼 지상파방송사와 유료방송 업계의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갈등 중재를 위한 협의체가 출범할 예정이지만 관계자 모두가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을지조차 미지수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상파방송사는 협의체를 사실상 ‘보이콧’하고 있다. 겉으로는 사업자간의 갈등에 정부까지 나설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협의체에서 나올 권고안을 받아드릴 생각이 없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앞서 정부는 미래창조과학부, 방송통신위원회, 지상파방송사, 유료방송사, 시민단체 등으로 이뤄진 ‘지상파방송재송신협의체’가 30일 공식 출범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협의체는 격주에 한번씩 회의를 열고, 결과는 정부에 건의서 형식으로 전달된다. 정부는 이를 재송신 정책에 반영하고, 권고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지상파는 이 협의체를 극렬히 반대해 협의체 발족이 몇차례 무산된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상파 관계자가 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면 정부가 임의로 지상파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을 지명해 협의체를 이끌어 가기로 하는 등 정부의 의지가 강력하다. 모바일 IPTV에서 시장파 콘텐츠가 빠지는 등 사업자간의 다툼이 소비자 피해로까지 이어지고 있어서다.
KBS, MBC, SBS 등 지상파방송사는 현재 가입자당 280원인 재송신 대가를 430원(53.6%)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은 경영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며 ‘갑의 횡포’라고 맞서고 있다.
재송신 대가 갈등은 법적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상파방송 3사는 케이블TV 업체인 CMB를 상대로, MBC와 SBS는 CJ헬로비전의 모바일TV 티빙에 대해 신규가입자 모집 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지상파방송사들이 공동 설립한 콘텐츠연합플랫폼(CAP)은 콘텐츠 비용 협상에서 합의에 실패하자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모바일IPTV에서 푹(pooq) 서비스를 중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협의체가 제대로 굴러갈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안을 업계가 받아들일지 의문”이라며 “갈등 해결까지는 오랜 시일이 걸릴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