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부터 본격 시행되는 계좌이동제를 앞두고 은행들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한달간의 준비기간을 마친 은행들은 주거래은행 선정기준을 낮추고 서비스 혜택을 카드, 캐피탈 등 계열사 등으로 확대하며 집토끼 사수에 본격 나서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카드, 캐피탈 등 계열사와 공동으로 계좌이동제에 대비한 상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가장 공격적인 곳은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은 최근 계좌이동제에 특화된 상품 ‘ONE라이프 컬렉션’을 내놨다. 이 상품은 통장·카드·적금·대출이 패키지로 구성돼 있다. 공과금 이체나 카드결제 실적이 단 1건만 있어도 수시입출금 예금인 ‘KB국민ONE’ 통장의 수수료를 면제 받을 수 있고 기존과 신규 고객 모두 대출금리 할인 서비스도 누릴수 있다.
우리은행은 이보다 앞선 지난 3월부터 ‘주거래 고객 상품 패키지’를 내놓고 고객들을 유인하고 있다. 은행들 중 대응이 가장 빠르다. 이 패키지 상품은 고객이 급여 및 연금 이체, 관리비 및 공과금 자동이체, 카드결제계좌 가운데 2가지를 이용할 경우 우대 혜택을 준다.
신한은행 역시 ‘주거래 우대통장·적금 패키지’를 무기로 내세웠다. 신한카드 결제실적이 월 30만원 이상이거나 공과금 자동이체를 하면 전자금융수수료와 자동화기기(ATM)를 이용한 인출수수료를 일부 면제해 준다.
다음달 통합을 앞두고 있는 하나·외환은행은 카드와 캐피탈 등 전 계열사의 거래실적을 통합해 사용할 수 있는 ‘통합 마일리지 서비스’를 진행할 계획이다.
계좌이동제란 고객이 주거래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면 기존 계좌에 연결된 신용카드 대금이나 통신료, 각종 공과금 등 자동이체를 별도 신청 없이 새로운 계좌로 일괄 이전하는 제도다.
지난달 부터 자동이체 내역을 한번에 조회하고 해지할 수 있는 1단계 계좌이동제가 가동되고 있다. 이후 10월부터는 신용카드대금, 통신비, 공과금 등 조회 및 계좌 이전이 가능해져 본격적인 계좌이동제가 실시된다.
금융권에선 계좌이동제가 본격 시행되면 226조원 규모의 은행권 수시입출금식계좌 자금의 대이동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수신규모가 큰 대형은행들에게는 발등에 불이란 얘기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4월 25∼59세 서울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최근 3년간 주거래 은행을 변경했거나 향후 교체할 뜻이 있다는 질문에 51.2% 사람들이 ‘그렇다’라고 달했다.
김우진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 입장에서 볼 때 계좌이동제 성패의 관건은 비용을 지불하고 확보한 고객으로 부터 교차판매 등을 통해 얼마 만큼의 추가적인 수익을 얻어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