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신동주ㆍ동빈 형제 간의 경영권 분쟁 사태가 장기전 양상을 띄면서 주변 측근들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 롯데그룹 오너일가의 여성들도 이번 사태에서 제각각 주요한 위치 또는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먼저, 신동주ㆍ동빈 두 형제의 이복 누나인 신영자 롯데그룹재단 이사장은 1980년 롯데쇼핑 영업담당 이사를 맡기 시작해 30년 가까이 경영한 인물이다. 현재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편에 선 사람들 중 한 명이다. 이와 관련, 신 이사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한국 롯데 경영을 맡은 후 롯데쇼핑의 경영 일선에서 밀려나, 불만이 쌓였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무엇보다 신 이사장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롯데 경영권 분쟁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와 관련 국내 롯데 계열사들에 대한 경영권 쟁탈을 위한 표대결에 나설 경우 신 이사장이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의 국내 계열사 지분 보유량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계열사들은 신 이사장과 신 전 부회장의 지분을 합하면 신 회장의 보유량보다 우세해진다.
반면 일각에서는 분쟁의 핵심인 일본 롯데홀딩스에 대한 지분이 없어 큰 영향력이 없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그러나 다른 면에서 신 이사장은 창업주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주요 인물에 한 사람이라는 점도 큰 강점으로 꼽힌다.
다음으로 신동주ㆍ동빈 두 형제의 어머니인 시게미쓰 하쓰코 여사의 행보가 특히 주목된다.
하쓰코 여사는 한ㆍ일 롯데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일본 비상장사 광윤사의 지분을 약 20%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두 형제 중 한 쪽에 손을 들어줄 경우 이번 사태의 분기점인 일본 롯데홀딩스를 장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실상 어머니의 지지를 얻는 쪽이 경영권을 쥘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한국에 방문했다가 이틀만에 돌아간 하쓰코 여사는 현재 어떠한 입장도 밝히지 않아 중립을 지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이번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사태에서 신 전 부회장의 뒤에서 조용히 조력자로 내조하고 있는 부인 조은주 씨도 있다.
조씨는 지난 3일 홀로 신 전 부회장 없이 홀로 일본으로 떠났다. 주총 표 대결에 대비하기 위해 광윤사와 롯데홀딩스, 우리사주회 등 우호세력을 설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시어머니인 하쓰코 여사를 만나 지지를 호소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즉 신 전 부회장은 귀국한 동생인 신 회장을 견제하기 위해 한국에 머물며, 부인 조씨는 일본 주주들을 설득하는 등 서로 역할 분담을 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