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데떼이케!(나가버려!) 아들: (간절한 목소리로 부른다) 오또상~
요즘 롯데시네마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시게미쓰 일족의 난(亂)’ 대본이다. 한국 재벌 5위라는 롯데가(家)의 골육상쟁을 그리고 있다. 주요 인물은 94세의 약간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시게미쓰 다케오(重光武雄), 손가락 하나로 목을 뗐다 붙였다 하는 ‘손가락 경영’으로 이름을 날렸다. 환갑을 갓 넘긴 한 살 터울의 두 왕자, 히로유키(重光宏之)와 아키오(重光昭夫)다. 한국인의 피를 가지고 있지만 일본 이름으로 산다. 큰아들이 아는 한국말은 ‘궁민 여러분, 재손하무니다’가 유일하다. 조연으로 일본 사무라이를 닮은 시게미쓰상의 동생 신선호와 두 번째 부인 하츠코다. 무대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한국인의 피를 가졌지만 속도 무늬도 일본인 배우들의 출연에 한국사회가 이렇게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제작사에서 조선 태조의 ‘왕자의 난’을 표절했기 때문이다. 태조 이성계의 4남 이방간이 5남 이방원(태종)을 제거하기 위해 일으킨 난이다. 평소 왕위에 대한 욕심이 있던 이방간이 세력이 컸던 이방원을 견제하기 위해 덤볐다가, 오히려 패해 유배를 가는 신세가 된다. 이방원은 이 사건을 계기로 조선 제2대 왕 정종에 의해 세자로 책봉되기에 이른다.
재벌 드라마 역사상 흥행률 1위라고 한다. 한화의 ‘보복폭행’(주연 김승연)과 KAL ‘땅콩회항’(주연 조현아)이 인기를 끌었지만 조족지혈이다. 롯데시네마가 최다 관객을 모았다. 문제는 입장수입이 전혀 없다는 것. 흥행에는 대성공인데 내용이 너무 ‘막장’이었다. 네티즌의 공분도 한몫했다.
“죽기 살기로 재벌 반열에 올랐지만, 자식들의 골육상쟁으로 끝은 허망하다”(wise****), “누가 후계자 반열에 올랐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왕조 세습처럼 권력 다툼을 벌이는 것 자체가 너무 부끄러울 뿐”(ghzl****), (rowwm****), “돈이 뭐라고 피를 나눈 형제가 적이 되고 남이 되다니 안타까운 일이다”(5800****) 등 부정적인 내용이 다수다. 오죽하면 네티즌이 한국말이 서툰 왕자들을 위해 일본말로 소리칠까? “야메로(그만둬)! 야메테 구레(제발 그만둬)!”라고.
전문가들의 이야기는 더 가혹하다. “황제 경영” “재벌 5위의 구멍가게 운영” “국민 무서운 줄 모르는 재벌의 민낯”…. 내 아내는 매일같이 롯데시네마의 다음 내용에 시선을 주느라 아침이 분주하다. 아내가 말한다. “우린, 일찌감치 재산 정리하고 떠납시다.” “아니, 당신 나눠 줄 지분이라도 있수? 자식 신세 안 지면 천만다행이지.” 솔직히 머지않아 신(新)고려장 시대가 등극할지도 모른다.
롯데가의 막장 시네마가 재벌가만의 문제일까? 집 한 채 물려줄 여력의 중산층 가정에서도 상속의 문제는 비슷하게 존재한다. 장례를 치르고 친족 간에 목장의 결투가 벌어지기도 한다. 부의금을 가지고 분배의 정의(?)를 놓고 싸운다. 가정법원 고위직에 있는 분의 이야기로는 요즘은 상속 분쟁이 이혼 소송을 따라잡는 추세란다.
“부자에게는 자식은 없고 상속자만 있다”는 말은 정설이다. 솔직히 돈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까? 나체촌 설교 부탁을 받은 목사가 있었다. 그의 고민은 무엇이었을까? ‘대체 시선을 어디다 둬?’ 아니면 ‘나도 옷을 입고 가? 벗고 가?’ 미안하지만 다 틀렸다. ‘이 친구들이 헌금은 어떻게 하지?’다.
롯데시네마도 어느 사이 정점을 찍은 듯하다. 하지만 이 시네마가 던진 메시지는 매우 강렬하다. 고령화 사회와 함께 다가오는 ‘노노(老老)상속’, 땅문서 집문서를 뛰어넘는 ‘추억과 자선, 비전의 유산’, 생계(生計)-신계(身計)-가계(家計)를 뛰어넘는 노계(老計)와 사계(死計)의 ‘해피에이징’…. 막장 시네마가 묻고 있다. ‘당신의 가정, 안녕하시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