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의 노림수…호텔롯데 상장의 진짜 이유

입력 2015-08-20 08:22 수정 2015-08-20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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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신격호 시대 열려’… 기업공개→자금유치→외형확대

롯데그룹이 전근대적 경영시스템을 현대화하는데 속도를 올리고 있다. 볼썽 사나운 형제간 경영권 다툼 이후 신동빈 회장이 공언했던 대로 호텔롯데 상장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착수한 것이다. 롯데는 19일 국내외 10여 개 증권사에 IPO 주관사 선정을 위한 RFP(제안요청서)를 발송했다.

호텔롯데의 상장은 그룹 지배권을 놓고 벌인 롯데 일가의 골육상쟁(骨肉相爭)에 대한 싸늘한 시선 때문이다. ‘롯데는 일본기업’이라는 국적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신 회장은 지난 11일 대국민 사과에서 “호텔롯데에 대한 일본 계열 회사의 지분비율을 축소하고 주주구성이 다양해지도록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종합적인 개선방법을 강구하겠다”면서 성난 민심을 달래는데 진을 뺐다.

신 회장의 메시지는 예상 보다 빠른 속도로 현실화되는 중이다. 이번 호텔롯데의 상장 계획도 그의 오른팔로 통하는 롯데정책본부의 황각규 사장이 지배구조 개선 TFT에서 내놓은 방안이라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순환출자 해소, 지주회사체제 전환 등 신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면서 내놓은 개혁안도 대부분 황 사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롯데 주변에서는 이번 상장이 경영권 분쟁 와중에 떠밀려 진행된 인상을 주긴 하지만 이미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신 회장의 서구적 경영 스타일이 전근대적인 일본식 운영 방침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회계 기준에 따라 롯데의 연결 재무제표 작성 대상 계열사는 202개에 달한다. 하지만 상장 기업은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 등 9개사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신 회장이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한 이후 기업공개가 이뤄졌다. 반면 일본롯데는 지주사인 롯데홀딩스를 비롯해 37개의 계열사가 모두 비상장 상태다. 일본법에 따라 기업공개 의무가 없기 때문에 지분구조 조차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롯데의 비밀주의가 가능했던 이유다.

그동안 롯데의 기업공개가 부진했던 건 신격호 총괄회장의 보수적인 경영 방침 때문이었다. 2006년 롯데쇼핑을 상장하기 위해 신 회장이 아버지를 설득하려고 하자 신 총괄회장은 “꼭 회사를 팔아야 되겠냐”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투자자를 모아 상장하는 건 회사 일부를 파는 행위로 치부한 것이다.

하지만 美 컬럼비아 대학 MBA를 거쳐 노무라증권 런던지점에서 8년간 근무하면서 기업공개로 기업을 키워나가는 것을 지켜본 신 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롯데쇼핑 상장을 통해 마련한 7000억원 가량의 현금은 이후 석유화학, 금융, 유통 등에서 몸집을 불리는데 유용하게 사용됐다.

롯데는 호텔롯데에 이어 롯데리아와 세븐일레븐 등의 기업공개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롯데 계열사들은 국내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줄줄이 기업설명회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투자은행의 한 관계자는 “신 회장이 지배구조개선과 그룹 내 순환출자 전면해소를 위해 이례적으로 주주 친화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포스트 신격호 시대의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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