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방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26일 한국경제가 인구구조 변화 등 구조적인 요인으로 높은 성장률 회복이 어렵게 됐다며 이제는 성장률 자체보다 고용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정 위원은 이날 출입기자단 오찬간담회 모두발언에서 “광복 70주년을 맞기까지 우리가 큰 발전을 해오면서 성장률을 굉장히 중시하는 패러다임을 유지해 왔다”며 “이제는 변화가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우리 경제는 국민들의 기대에는 상당히 못 미치는 완만한 수준의 성장세가 지속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지난해 세월호 참사, 올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내수부진이 계속되고 최근 들어 글로벌 경제상황이 많이 나빠지면서 전체적으로 경기가 많이 둔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 산업의 경쟁력도 상당히 약화하면서 수출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 현재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성장세 약화 배경에는 대외적인 요인뿐만 아니라 인구구조 변화나 분배구조 악화, 새로운 성장산업 부재 등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예전과 같은 높은 성장률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 위원은 “경제성장이 필요한 이유는 사실 일자리를 많이 만들자는 것인데 ‘고용없는 성장’이라는 말이 나온 지 벌써 십수년이 된 상황”이라며 ”성장이 먼저냐 고용이 먼저냐를 논하기 전에 고용의 양과 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의 대외 위험요인과 관련해서는 예상치 못한 위기 발생에 더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위원은 “하반기 우리 경제에 리스크가 많이 닥쳐오고 있다”며 “대외 리스크 가운데 가장 큰 사안은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 문제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금리 인상 이슈 외에 위안화 평가절하로 증폭된 중국 경기의 불확실성,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일부 신흥 취약국의 금융·실물 경제 불안 등을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칠 주요 불안 요소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