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ㆍ스타트업들이 큰 도약을 할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가깝게 접근 가능한 건 인수합병(M&A)이다."
올초 다음카카오에 626억원이란 거액에 M&A돼 세간의 화제가 된 벤처기업이 있다. 내비게이션 어플리케이션 '김기사'로 유명한 록앤올이 그 주인공이다.
박종환 록앤올 대표는 26일 제주 하얏트 리젠시에서 열린 '2015 벤처썸머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국내 벤처기업계에서의 M&A 풍토와 회사의 성공비결 등에 대해 밝혔다.
박 대표는 "우리 회사가 올초에 다음카카오에 626억원이란 가격에 매각되자 주변에서 많이 놀라더라"면서 "지난해 매출 20억원이 안 됐던 회사를 다음카카오가 거액에 인수하니 이해가 안 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주변의 시선은 그만큼 국내 시장에서 M&A가 활성화되지 못한 탓이 크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해외 선진국 사례만 봐도 활발한 M&A가 이뤄지는데 반해 여전히 국내에선 M&A에 대한 시각이 보수적이라는 지적도 했다.
박 대표는 "구글만 해도 한 달에 1번꼴로 스타트업을 인수했고, 1998년 이후 총 164개 회사를 인수했다"며 "이에 최근 10년간 시가총액 20배, 주가 5배, 순이익 120배가 뛰었다. 내부의 부족한 역량을 M&A로 보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우리나라는 소프트웨어(SW) 부문만 봐도 '그냥 만들면 되지'란 인식이 커 M&A에 대한 이해를 잘 하지 못한다"며 "현금을 대량 보유한 대기업들이 스타트업들을 M&A하게 되면 벤처 생태계에도 선순환이 생길 것 같은데, 책임 소재 문제 등으로 잘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벤처ㆍ스타트업들이 성장하고 잘 클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선 M&A가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주장이다. 박 대표는 "상장은 준비기간도 길고, 스타트업에겐 멀고 험난한 길인데, 그나마 가장 접근이 쉬운 건 M&A"라며 "M&A를 활성화하기 위해 우리 사회 전체가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 "국내에선 M&A라고 하면 회사를 판다는 인식이 강한데, 그건 아니라고 본다"며 "나 역시 회사를 팔지 않았고, 단지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중요한 파트너를 얻었다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어 "파트너십을 이해 못하는 국내의 인식이 아쉽다"며 "인식 자체가 차츰 개방적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과거 록앤올을 이끌어오면서 겪었던 고충과 장애 요소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박 대표는 "창업 초기에 어려웠던 자체적인 문제보다도 기득권층인 이동통신사들과의 불공정한 경쟁환경이었다"며 "외부에서도 통신사들이 무료로 하는 사업을 왜 하냐고들 물어볼 정도로 인식도 좋지 않아 창업 후 2년6개월간 투자를 받지 못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기술보증기금을 통해 투자를 받고 나자 자연스럽게 기득권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고, 록앤올은 그때부터 최종 사용자들의 만족을 위해 고민했다고 했다. 박 대표는 "우린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클라우드 소싱을 통한 빅데이터를 활용했고, 그것이 인정을 받았던 것"이라며 "이스라엘 웨이즈도 이런 비슷한 사례"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M&A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 부담이지만, 이런 사례가 더 많아져 후배 벤처기업인들에게 또 하나의 길을 제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좋은 서비스는 어디서든 다 통한다"며 "다음카카오란 든든한 파트너를 확보한만큼, 좀 더 효율적으로 접근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