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말은 물론 사물의 소리도 마음으로 들어야 한다. ‘장자’ 인간세(人間世) 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안회가 마음의 재계가 무엇이냐고 묻자 공자는 이렇게 답했다. “우선 뜻을 하나같이 해야 한다. 사물의 소리를 귀로 듣느니 마음으로 듣고, 마음으로 듣느니 기(氣)로 듣는 게 낫다. 귀는 감각적인 소리를 듣는 데 그치고 마음은 지각하는 것에 멈춘다. 그러나 기는 마음을 비워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도는 오직 마음을 비우는 곳에 응집된다. 마음을 비우는 게 마음의 재계이다.”[若一志 無聽之以耳聽之以心 無聽之以心而聽之以氣 聽止於耳 心止於符 氣也者 虛而待物者也 唯道集虛 虛者 心齋也]
채근담에 이와 통하는 말이 있다. “세상 사람들은 고작 유자서(有字書, 글자 있는 책)나 읽을 줄 알았지 무자서(無字書, 글자 없는 책)를 읽을 줄은 모르며 유현금(有絃琴, 줄 있는 거문고)이나 뜯을 줄 알았지 무현금은 뜯을 줄 모른다. 그 정신을 찾으려 하지 아니하고 껍데기만 쫓아다니는데 어찌 거문고와 책의 참맛을 알 도리가 있겠는가?”
서화담(徐花潭·1489~1546)도 무현금명(無絃琴銘), ‘줄 없는 거문고에 새긴 글’에 이렇게 썼다. “소리를 통해 듣는 것은 소리 없는 데서 듣는 것만 같지 못하며 모습을 즐기는 것은 모습 없는 데서 즐기는 것만 못하다.”[聽之聲上 不若聽之於無聲 樂之形上 不若樂之於無形] 그러니 “소리는 귀로 듣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듣는 것이다.”[音非聽之以耳 聽之以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