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상징과도 같았던 ‘혁신성’이 사라졌다는 냉혹한 평가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반복적인 모방은 절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애플은 9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빌 그레이엄 시빅 오디토리엄에서 ‘아이폰6S’, ‘아이폰6S 플러스’, ‘아이패드 프로’, ‘애플워치’, ‘애플TV’ 등 5종의 신제품을 쏟아냈다.
이번 신제품 공개행사의 메인을 장식한 아이폰6S 시리즈는 많은 것이 바뀌었다. 아이폰6S, 아이폰6S 플러스는 전작과 같이 각각 4.7인치, 5.5인치 화면으로 선보였다.
스펙은 아이폰 시리즈 사상 최강이다.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는 애플이 14나노 핀펫 공정에서 처음 생산한 64비트 A9 칩이 장착됐다. 줄곧 1GB를 유지해온 내장 메모리 용량도 2GB로 확장했다.
눈에 띄는 점은 ‘3D 터치’ 기능이다. 기존 맥북과 애플워치에 탑재한 ‘포스 터치’에서 진일보한 3D 터치 기능은 셀프카메라 전환, 이메일 미리 보기 등 누르는 강도에 따라 다른 명령을 수행하는 멀티터치 인식 수준이 높아졌다.
카메라 성능은 부쩍 좋아졌다. 전면과 후면에 각각 500만, 1200만 화소의 카메라를 달았고, 4K급 동영상 촬영 기능도 탑재했다. 전작 아이폰6 시리즈의 카메라는 전·후면이 각각 120만, 800만 화소였다. 셀프 카메라 촬영 시 화면 밝기가 스스로 조절되는 ‘레티나 플래시’ 기능도 눈에 띈다.
애플은 아이폰6 때 불거진 ‘밴드게이트’(휨 현상) 논란을 의식한 듯 전작보다 강도가 높은 7000 시리즈 알루미늄 몸체를 채택했다.
무엇보다 이날 신제품 공개행사에서 눈길을 끈 것은 스타일러스(터치펜) ‘애플 펜슬’ 이다. 애플 펜슬은 ‘아이패드 에어’, ‘아이패드 미니’에 이은 태블릿 신제품 아이패드 프로에서 그래픽 디자인 작업과 사진 편집, 문서 작성 등을 수행하는 입력 도구다.
애플 펜슬이 관심받는 이유는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생전에 ‘대화면 스마트폰’과 함께 혐오해온 두 번째 요소이기 때문이다. 잡스는 2007년 아이폰을 처음 세상에 내놓으면서 “손가락이 있는데 누가 펜을 원하겠냐?”며 스타일러스를 조롱했다. 8년이 지난 지금, 애플은 태블릿의 핵심 기능으로 스타일러스를 들고 나왔다.
스타일러스는 삼성전자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전매특허다. 삼성전자는 진일보한 ‘S펜’ 기술로 차별화에 성공했다. 자국 기업에 우호적인 미국 언론이 애플 펜슬 공개 이후 “스티브 잡스가 틀렸다”고 평가한 것도 자조 섞인 비판의식이 배경이다.
애플이 삼성을 따라 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삼성전자의 패블릿(태블릿+스마트폰) 전략을 비웃던 애플은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년 전 대화면 스마트폰인 ‘아이폰6 플러스’를 내놓았다.
그동안 애플은 명확한 근거도 없이 삼성을 카피캣이라고 비방했다. 심지어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를 깎아내리기 위한 마케팅 소재로도 이용했다. 이제 ‘패스트 팔로어’로 전락한 애플의 태도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