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금융권 CEO 연봉 반납과 청년 일자리

입력 2015-09-17 10:23 수정 2015-09-18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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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헌 시장국장

금융지주 회장 3명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연봉 30%를 반납하겠다고 밝힌 이후 금융회사 경영진들이 줄줄이 연봉 일부를 반납하겠다고 나섰다.

신한, KB, 하나금융지주 계열 대표들은 연봉 20%를, 임원은 10% 반납을 결정했고, BNK, DGB, JB 등 지방금융지주 회장도 연봉 20%를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연봉 20%를, 부행장과 계열사 대표도 10%를 반납하겠다고 한다. 심지어 외국계 은행인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도 연봉 20%를 반납하겠다며 연봉 반납 대열에 동참했다.

요즘 금융권 분위기는 연봉 반납을 안 하면 마치 역적이 되는 것 같다. 청년실업률 9.4%, 니트족(NEET)까지 포함한 청년층 잠재실업률이 23%에 달하는 ‘청년 백수’ 시대에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봉 반납은 바람직한 일이며, 사회적으로 평가받아야 할 일”이라고 치켜세웠다.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만큼 금융권 경영진이 솔선수범해 십시일반(十匙一飯)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데 누가 토를 달 것인가.

그러나 연봉 반납 취지는 좋지만, 과연 자발적인 결정이며, 청년실업 문제가 몇몇 금융권 경영진이 내놓는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냐라는 점에서 부정적 시각이 적지 않다.

“헐, 이게 나눔인가?”, “쇼하고 있네”,“연봉 반납보다 돈을 벌어줘야죠”,“그래 봤자 판공비만 늘겠지. 전형적인 포퓰리즘”, “보상도 없이 일하는 경영자가 있을 수 있나요?” 등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봉 반납에 대한 SNS상에 올라온 댓글은 부정적 의견이 많았다.

정부 눈치 때문에 월급까지 내놓은 금융지주 회장들이 괜히 욕먹는 거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한 금융권 CEO는 “민주주의 논리와 자본주의 논리가 충돌하면 민주주의 논리가 이길 수밖에 없다”며 “표를 얻어야 하니,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속내를 밝혔다.

금융권 경영진의 연봉 일부 반납 문제는 2가지 관점에서 아쉽다. 먼저 누가 봐도 자발적인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3대 지주 회장들은 자발적인 결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 금융감독원 고위 간부가 3대 금융지주에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한다.

설령 금융감독원 고위 간부 입장에서는 국가적 당면 과제인 만큼 원론적인 입장 전달이었다 하더라도 해당 지주사로서는 가시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연봉 일부 반납을 결정했을 수 있다.

그러나 지주 회장들이 찾은 해법이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이 아닌 보여주기식 대책을 발표한 것은 아쉬움이 남는다.

두 번째는 금융회사도 제 코가 석 자라는 것이다. 매년 수익이 줄어 점포를 축소하고 인력구조조정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의 고용 확대 요구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 3월 말 현재 은행권 인력은 11만8700여명으로 외환위기 이후 3만명 이상 감소했다. 은행 점포 수도 7356개로 지난 2년여 동안 340개 이상 줄었다.

금융권의 인력 감소는 저성장 시대에 진입한 한국경제와 스마트금융으로의 영업 환경 변화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금융권이 인력 채용 여력을 확보할 방안은 없을까. 해법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성장 없는 고용은 없다. 은행은 전통적 이자마진 장사에서 벗어나 신규사업을 발굴하고 해외에 나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시장 경쟁력을 확보해야 인력 채용을 늘릴 수 있다.

은행의 고임금 구조도 개선해야 한다. 급여를 낮추라는 것이 아니다. 일을 잘하든 못하든 억대 연봉을 받아가는 임금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 성과와 연동한 임금체계로 전환해 고비용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청년실업 문제는 저성장, 고령화, 노동개혁 등 사회문제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금융당국은 청와대에 보여주기식 행정보다는 금융권이 인력 고용 여력을 확대하려면 어떤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할지 먼저 고민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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