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피해자와 합의했다면 재판부 직권으로 배상명령 못 내려"

입력 2015-09-2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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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피해자가 가해자와 합의를 하고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면 재판부가 직권으로 배상명령을 내릴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소송촉진특례법에 따르면 성추행 등의 범죄에 대해서는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을 선고하면서 재판부가 직권으로, 또는 피해자 요청에 의해 범죄로 인한 피해와 치료비 손해나 위자료 배상을 명할 수 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모(41)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과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명령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그러나 피해자에게 100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한 부분은 취소했다.

재판부는 "배상명령은 범죄행위로 인해 발생한 물적 피해, 치료비 손해 및 위자료의 배상에 한정되며, 피해금액이 특정되지 않거나 피고인의 배상책임 유무 또는 범위가 명백하지 않은 때는 배상명령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합의금 500만원을 받고 송씨와 원만히 합의했고, 민·형사상 소를 제기하지 않고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취지로 작성한 합의서가 원심 판결 선고 전에 제출됐다"며 "이 사건은 피해자에 대한 피고인의 배상책임 유무 및 범위가 명백하지 않아 배상명령을 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송씨는 지난해 9월 서울에서 용인으로 가는 버스 안에서 옆 좌석에 앉은 최모(19) 씨에게 말을 걸며 최씨의 허벅지와 엉덩이를 만지는 등 추행했다.

재판에 넘겨진 송씨에게 1심은 벌금 200만원과 성폭력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를 선고하고, 피해자 최씨에게 위자료로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송씨가 잘못을 반성하고 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점 등을 고려해 벌금 100만원으로 감형하면서도 배상명령 부분은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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