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의 분위기는 최근까지만 해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채권단 중 최대 의결권(14.2%)을 가진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반대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최종 가격에 동의했지만 최근까지도 고민을 한 것이다. 미래에셋이 반대할 경우 채권단 75%라는 요건이 성립되지 않아 금호산업 매각이 무산될 수 있다.
그러나 줄곧 입장을 정하지 못했던 미래에셋은 결국 최종 순간 찬성으로 급변했다. 덕분에 금호산업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55개 채권 금융기관의 의견 취합을 완료해 이날 오후 박삼구 회장 측에 7228억원의 매각 가격을 확정한 공문을 발송했다. 이에 대해 금호아시아나 관계자는 “금호산업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박 회장과 채권단은 24일 오후에 금호산업 경영권 지분 인수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박 회장은 지난달 6503억원을 희망가로 제시했지만 채권단이 이를 거부해 7047억원으로 좀 더 높였다. 하지만 채권단은 박 회장이 제시한 금액보다 181억원 높인 7228억원을 제시했고 지난 18일 55개 채권기관이 참여하는 채권기관협의회에서 75% 이상이 최종가격에 동의했다. 최종적으로 박 회장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양측의 오랜 줄다리가 마무리된 셈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다. 박 회장은 그동안 거론됐던 ‘금호고속 매각을 통한 자금 확보’보다는 외부 조달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금호아시아나 측이 금호고속을 다시 파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속내를 내비쳤기 때문이다. 이에 박 회장은 재무적투자자(FI)와 전략적투자자(SI)를 통해 외부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내달까지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하고 연내 인수대금을 완납하면 6년 만에 금호산업을 되찾게 된다. 이는 곧 박 회장이 6년 만에 대주주로 복귀해 그룹 재건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2009년 채권단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금호산업은 지난해 10월 자본잠식에서 벗어나면서 5년 만에 조건부 워크아웃 졸업에 성공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30.08%)이며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아시아나에어포트·아시아나IDT 주식 100%를 보유하는 등 그룹 전체 지배구조가 맞물려 있다. 박 회장이 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고리인 금호산업을 인수하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