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의 기대여명이 늘었지만, 사망할 때까지 온전히 건강하게 살지 못하고 평생 10여년간은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건강수명이 기대수명보다 10년 정도 짧은 탓이다. 건강수명을 단축시키는 대표 질환을 성별로 보면 남성은 뇌졸중, 여성은 관절염이었다.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인순 의원이 공개한 미국 워싱턴대학 연구팀의 조사결과를 보면, 2013년 기준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남성 68.26세, 여성 72.05세로 나왔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이 남성은 77.20세, 여성은 83.66세인 점에 비춰볼 때, 건강수명과의 격차는 남성은 8.94년, 여성은 11.61년이었다.
주어진 수명까지 살면서 남성은 9년가량을, 여성은 12년 정도를 건강을 유지하지 못하고 만성질환을 앓거나 신체장애를 겪다가 숨진다는 의미다.
이 연구결과는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188개국의 2013년 건강수명을 조사한 것으로 지난 8월 영국의 의학저널 랜싯(Lancet)에 실렸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건강수명은 전 세계 9위였다. 1위는 일본(남성 71.1세, 여성 75.5세)이었다. 건강수명은 질병 없이 건강하게 살아가는 기간을 말한다. 평균 생존 기간을 의미하는 기대여명에 건강과 삶의 질 지표를 적용해 추산한다. 수명의 양보다 수명의 질이 중요해지는 추세에 맞춰 세계보건기구(WHO) 등 연구기관이나 연구자가 저마다 방식으로 산출하고 있다.
기대여명과 건강수명 간에 격차가 나는 것은 주로 만성질환에 기인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1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자는 1인당 평균 3.34개의 만성질환을 갖고 있을 정도로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 유병률이 높았다.
실제로 서울아산병원 예방의학교실 조민우 교수팀이 지난 1월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각종 만성질환은 건강수명을 줄이며 이 중에서 가장 큰 손실을 끼치는 만성질환은 고혈압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관절염, 뇌졸중이 그 뒤를 이었다. 건강수명에 손실을 안기는 만성질환을 성별로 보면 남성은 뇌졸중, 고혈압, 당뇨 순이었고 여성은 관절염, 고혈압, 골다공증 등의 순이었다.
남인순 의원은 “기대여명과 건강수명 간의 차이를 줄이려면 병이 사후 치료 중심에서 사전 건강증진 및 질병예방 중심으로 건강보험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며 “특히 건강수명을 건강관리와 예방부문에 예산을 대폭 확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그는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