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신체 접촉이 없었더라도 여성을 껴안으려고 손을 뻗은 행위는 강제추행 미수범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모(30) 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주거침입 혐의만을 유죄로 보고 징역 10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실제로 박씨의 팔이 피해자의 몸에 닿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양팔을 높이 들어 갑자기 뒤에서 껴안으려는 행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유형력의 행사로써 폭행행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소리치는 바람에 박씨가 피해자의 몸을 껴안는 추행의 결과에 이르지 못한 것은 강제추행 미수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지난해 3월 경기도 광명의 노상에서 버스에서 내려 혼자 걸어가는 17세 김모 양을 발견했다. 박씨는 마스크를 착용한 채 200미터 정도 김양을 따라갔고, 인적이 없는 곳에 다다르자 양팔을 뻗어 김양을 껴안으려고 했다. 그러나 이를 눈치챈 김양이 '왜 그러느냐'고 소리치자 박씨는 별다른 행동을 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검찰은 박씨에 대해 지난해 7월 한 주택에 무단침입한 혐의와 함께 김양을 강제추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1심 재판부는 박씨에 대해 주거침입과 아청법상 강제추행죄 모두 유죄로 보고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박씨가 껴안으려고 손을 뻗은 정도만으로는 강제추행죄의 요건인 '폭행'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이 혐의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