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장하성 펀드로 불리는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KCGF)가 지배구조 개선을 요청한 12월결산 상장사 8곳의 주주총회결과는 23일 현재 장 펀드의 전적 8전 5승 1패로 마무리됐다.
장 펀드가 이번 주총에서 이사 및 감사를 추천한 상장사는 모두 6곳이었다.
장 펀드는 현재까지 동원개발을 제외한 태광산업, 대한화섬, 화성산업, 크라운제과, 신도리코 등 5개사로부터 추천한 이사 및 감사 선임을 성공시켰다. 대한제당과 벽산건설의 경우 장 펀드의 인사 추천은 없었다.
지난 23일 동원개발을 포함해 크라운제과, 신도리코, 벽산건설 등 4개사가 동시에 주총을 열었다.
크라운제과는 가장 빠르고 조용하게 합의된 내용대로 장 펀드가 추천한 김락중 비상근 감사 선임을 통과시켰다. 신도리코의 주주총회는 장 펀드 측 인사가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장 펀드가 추천한 임완순 비상근 감사를 신규 선임했다.
벽산건설 주주총회에서 장 펀드는 김희철 회장 연임과 백명현 감사의 신규선임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강하게 밝히며 표 대결을 펼쳤으나 찬성의견이 많아 원안대로 가결됐다. 이 자리에서 장 펀드는 벽산건설의 최대주주인 인희와의 거래를 문제 삼으며 거래중단, 보유주식 소각 등 구체적인 의견을 제시했다.
가장 큰 문제는 동원개발. 장 펀드에게 유일한 1패를 안겨다 줬다.
이미 장 펀드와 지배구조 개선에 합의한 동원개발은 지난 23일 오전 11시 열린 주주총회에 장 펀드 측과 코아베스트, 예탁결제원 등 일부 주주의 입장을 돌연 원천 봉쇄했다.
한시간만에 끝난 동원개발 주주총회에서 장하성 펀드가 추천한 박응조 좋은기업지배구조 연구소 운영위원의 비상근 감사 선임안만이 부결됐을 뿐 여타 안건은 원안대로 통과됐다.
동원개발 관계자는 “주총장에서 현재도 이사나 감사가 많은데 왜 비상근 감사를 또 뽑느냐는 주주의 견해가 제기됐다”며 주총장 입장 불가에 대해서도 “주주나 주주의 위임을 받아야 하는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해 저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 펀드는 "지배구조 개선 합의를 묵살한 채 KCGF 추천에 동의하는 일부 주주들의 주총장 입장을 막았다"며 "주주총회 무효소송 제기 및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장 펀드는 동원개발에 대해 유감의 뜻을 전하면서도 "다시 한번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해 기업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장기 투자할 것"이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한편, 지난 16일에 주총을 연 화성산업 역시 장 펀드가 추천한 김석진 경북대 교수를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맞았다.
장 펀드가 사외이사 1명을 추천하기로 합의했던 대한제당은 지난 9일 회사측이 추천한 이주현, 김명회 이사를 중임했고, 고승현 변호사를 감사로 신규선임했다. 대한제당 관계자는 "장하성 펀드와의 합의에 따라 올해는 장 펀드측 추천인사가 없었다"며 "내년에는 장 펀드가 추천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주주총회를 연 태광산업과 대한화섬은 그동안 장 펀드와 법정 공방까지 벌이며 소란스러웠던 것과 대조적으로 모든 안건이 순조롭게 통과됐다.
특히 태광산업은 장 펀드가 추천한 전성철 세계경영연구원 이사장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했고, 감사위원회 및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 구성 등을 포함한 정관변경안도 가결했다. 대한화섬 역시 장 펀드가 추천한 김성은 사외이사를 신규로 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