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마초 노벨상’, 여초(女超)를 희망한다

입력 2015-10-0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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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기획취재팀장

노벨상 시즌이 시작되었다. ‘하버드 대학’이 세계 1등 대학의 대명사가 된 것처럼 ‘노벨상’이란 것이 한국인에게 시사하던 ‘1등’이란 상징적 의미는 퇴색하고 있다. 일부에선 존폐 논란까지도 거론한다. 하지만 여전히 노벨상과 그 권위에 대한 관심은 큰 편이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지난 5일 저녁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스웨덴 노벨위원회는 중국 중의학연구원 투유유 교수, 아일랜드 출신 약학자 윌리엄 캠벨 미국 드루대 교수, 일본 오무라 사토시 기타사토대 명예교수 등 3명의 기생충 연구자를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들 가운데 투유유 교수는 중국인으로서는 최초로 과학 분야 노벨상을 받았고, 중국 여성으로서도 첫 노벨상 수상자가 돼 주목을 받았다. 다만 말라리아 치료제 아르테미니신을 개발한 것은 사실 1967년 마오쩌둥(毛澤東) 당시 국가주석의 지시에 의한 ‘프로젝트523’으로 시작된 것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매달렸기 때문에 2011년 투 교수가 단독으로 래스커상을 수상했을 때처럼 약간의 논란은 있다.

톰슨로이터는 이번 노벨상 수상 과정에서 여풍(女風)이 불 것이라고 했고 투 교수가 스타트선을 끊었으니 과연 몇 명의 여성이 올해 노벨상을 거머쥘 수 있을지 여느 때보다 관심이 간다.

그동안 노벨상은 남성들만의 잔치였다. 1901년부터 2014년까지 노벨상을 수상한 여성은 단 46명. 그나마 과학 분야에선 17명이고 화학상에서 4명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경제학상에서는 불과 1명이 수상했을 뿐이다. 2012년에는 단 한 명의 여성도 수상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과학계에서는 여성들의 참여도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성 격차(gender gap)가 분명한 것은 이른바 ‘파이프라인 문제(pipeline problem)’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파이프라인을 따라가다가 단계마다 여성들이 새 나가고 있어 끝까지 남아 있지 못한다는 현실을 비유한 것.

프린스턴대 화학 박사이자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활발한 기고를 하고 있는 카르멘 드랄(Carmen Drahl)은 “박사후 과정(Postdoc)으로 갈 때에도 큰 누수가 생긴다”고 지적하면서 올해 화학상 수상 후보로 거명된 여성 과학자들의 전공 분야인 핵화학(nuclear chemistry), X선 결정학 등은 그나마 실험실에서 다양성과 평등주의가 존중되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성과가 없는데 일부러 여성이라고 배려해서 상을 줄 이유는 없다. 그런 이유라면 “한국에서도 노벨상 수상자가 나와야 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는 다분히 감정적인 주장과 함께 비웃음을 살 수 있다. 그러나 후보로 추천되지 못해 수상을 못한다면 문제다. 또 수상 후보가 될 수 있도록 여성을 키우는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한 것도 숙제다.

DNA 이중나선의 발견을 이끈 연구를 했지만 두 남성 과학자에게 성과를 빼앗긴(?) 비운의 여성 과학자 로잘린드 프랭클린의 이름을 딴 단체 ‘로잘린드 프랭클린 소사이어티’는 더 많은 여성 과학자들이 노벨상 후보에 오르도록, 수상을 할 수 있도록 부단히 움직이고 있다. 노벨상 자체가 중요해서가 아니다. 여성들도 훌륭한 능력을 갖고 있다고 보여주기 위해 노벨상이라는 수단을 이용하는 건 현명한 전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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