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글로벌 인수·합병(M&A)이 사상 최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열기가 지나치다는 우려와 함께 경계감도 커지고 있다.
올 들어 10월 상순까지 글로벌 기업 M&A 규모가 3조4000억 달러(약 3949조원)로, 같은 기간 비교로는 이전 기록인 2007년을 웃돌아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고 12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시장조사업체 톰슨로이터 집계를 인용해 보도했다. 여기에는 세계 최대 맥주업체 AB인베브가 사브밀러에 제안한 1153억 달러(부채 포함) M&A가 포함됐다.
지역별로는 아시아·태평양과 미국이 사상 최대치에 달했고 유럽도 2008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연간 규모로도 사상 최대치인 2007년의 4조1200억 달러를 웃돌 전망이다.
대형 M&A가 늘어나면서 전체 금액을 끌어올리고 있다. 여러 업종에서 대기업 주도로 재편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AB인베브가 제안한 금액은 역대 M&A 4위 규모다. 아직 사브밀러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으나 향후 인수액이 더 올라가는 것은 물론 적대적 M&A로 발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신흥국 경기둔화에 글로벌 수요확대가 불확실해지면서 기업들의 설비 투자를 통한 성장 전략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M&A로 덩치를 키워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고 수익성을 유지하려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석유 대기업인 로열더치셸이 지난 4월 영국 천연가스업체 BG그룹을 810억 달러에 인수하겠다고 밝힌 것도 저유가 시대 생존 방법 모색이라는 측면이 강하다.
지금의 M&A 열기가 과열인지에 대해서는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HSBC홀딩스의 피터 설리번 투자전략가는 “다양한 업종에 M&A가 분산됐기 때문에 아직 과열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M&A에 거액의 자금이 요구되면서 투자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상 최대 규모인 지난 1999년 영국 보다폰의 독일 만네스만 인수는 적대적 M&A로 발전해 금액이 결국 2000억 달러로 불어났다. 보다폰은 결과적으로 너무 비싼 가격에 인수해 이후 수백억 달러의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협상이 장기화하면서 M&A가 깨질 위험도 이전보다 커졌다. 앞서 지난 2008년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BHP빌리턴은 경쟁사인 리오틴토를 1400억 달러에 사들이려 했으나 협상 과정에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해 결국 인수가 무산됐다.
유럽 투자등급 기업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이달 초 2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그만큼 기업들의 신용 상황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다. 미국 기업의 CDS 프리미엄도 상승하고 있다. 이는 인수자금 조달비용 증가로 이어져 M&A에 대한 의욕을 저해할 우려도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