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은 아직 갈 길이 먼 기술이라고 생각했다. 가능성이야 무궁무진하지만, 모양새가 좋지 않았으니까. 해외 전시회에서 3D 프린터로 만든 제품이라며 내놓은 것들을 보면 하나같이 볼썽사납지 않은가. 실제 활용할 만한 제품을 뽑아내기엔 한없이 투박해 보였다. 그런데 이건 무지에서 비롯된 편견이었나 보다. 내가 눈치채지 못한 사이 미래의 기술이 한발 껑충 다가와 있었다.
칼 라거펠트는 지난 7월, 파리에서 열린 샤넬 F/W 오뜨 꾸뛰르 컬렉션을 통해 아주 독특한 시도를 했다. 그들의 아이코닉 아이템인 트위드 재킷의 제조 과정에 3D 프린터의 힘을 빌린 것. 20세기를 대표하는 클래식 재킷에 새로운 기술을 더해 21세기 버전으로 재탄생시킨다는 것이 컨셉이었다.
물론 의상 전체를 3D 프린터로 출력한 건 아니다. 3D 프린터로 출력한 그물망 형태의 탄탄한 원단을 기존 재킷 위에 덧대 사용하는 등 전통적인 요소와 현대적인 요소를 절묘하게 섞었다. 일반적인 섬유로는 만들 수 없는 독특한 질감과 모양이다. 3D 프린팅 기술 중에서도 가루 형태의 원료에서 원하는 부분만 레이저로 응고해 한층 한층 쌓아가는 방식인 ‘선택적 레이저 소결방식’을 이용했다고. 우리는 이렇게 샤넬의 쇼를 통해 가능성을 엿봤다. 3D 프린터로 만든 물건이 패션과 접목되는 순간을 말이다.
이번엔 아디다스다. 아디다스가 퓨처크래프트 3D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 중인 운동화의 모습을 공개했다. 3D프린터를 통해 완벽한 운동화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다. 물론, 이 역시 운동화 전체를 3D 프린터로 출력하는 단계까지 오진 못 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운동화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미드솔을 3D 프린팅한 것.
섬세한 그물망이 얽히고 설킨 듯 생긴 이 미드솔은 유연하고 가벼우며, 내구성이나 탄력성도 뛰어나다고 한다. 고온에서의 강도와 내마모성 실험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었음은 물론이다.
3D프린팅 기술로 운동화를 만들면 특정 사용자의 발 모양이나 운동 습관, 몸무게 등을 고려해 맞춤형 미드솔을 만들 수 있다. 사이즈 별로 똑같은 형태를 가진 기존의 운동화와는 다르게, 한 사람의 발 모양을 위해 완벽하게 설계된 운동화를 만들 수 있단 뜻이다. 물론 이 기술이 완벽하게 상업화되기 위해선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다. 아직까지는 약간의 디자인 변화에도 미드솔의 강성에 크게 달라지는 등 변수가 많다고 하니까. 하지만 아디다스 매장(혹은 다른 스포츠 브랜드라도 마찬가지다)에 들어가 발 모양을 스캔하고 몇 걸음 걸어보는 것만으로 내 발, 내 걸음걸이에 딱 맞는 신발을 갖게 되는 상상을 해보자. 미래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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