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가 전 계열사 감사들을 소집했다.
KB국민은행과 KB투자증권 등 주요 계열사에서 잇따라 금융사고가 발생하자 내부통제 제도를 지주 차원에서 점검하기 위해서다. 특정 사안 때문에 전 계열사 감사가 모인 것은 윤종규 KB지주 회장 출범 후 처음 있는 일이다.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은행, KB증권, KB국민카드, KB손해보험 등 KB금융지주 계열사 감사들은 전날 회의를 열고 내부통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KB은행 감사는 지난 4월 지주사 회장과 은행장이 권력다툼을 벌인 이른바 ‘KB사태’ 이후 공석인 상태여서 관련자가 대신 참석했다.
윤종규 KB지주 회장은 지난 5일 KB국민은행 명동 본점이 압수수색을 당하자 임원들에게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 5일, 10일 두 차례에 걸쳐 계열사 임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어 13일에는 계열사 감사들만 따로 긴급회의를 연 것이다.
윤 회장은 페루 출장에서 복귀한 뒤 바로 회의 결과를 보고받았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 전이지만 금융사고 재발 방지, 감사 강화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사고는 개인 차원의 비리가 많아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지주가 내부통제의 고삐를 쥔 것은 이달 들어서만 KB국민은행, KB투자증권 등 계열사 두 곳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기 때문이다.
지난 5일 부산지방검찰청은 KB국민은행 명동 본점 구조화금융부를 압수수색한 뒤 8일 서초M지점장 윤모씨(53)에 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대한법률위반(수재 등) 건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씨는 담보물 관리를 하청업체에 넘기는 과정에서 ST네트워크 대표 김모씨로부터 용역비 인상 등에 대한 대가로 2억5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 직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된 날에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수단이 KB투자증권을 압수수색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13일 KB투자증권 박모 이사를 구속했다. 박씨는 코스닥 상장사 I사 대표가 보유 주식을 불법적으로 거래할 수 있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 밖에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윤 회장 취임 후 KB계열사에서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금융당국은 금융사고 예방을 위해 내부통제를 강화할 것을 은행권에 권고한 바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9월 ‘은행 내부통제 및 준법감시인 제도 모범 규준’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규준에 따르면 준법감시인의 지위를 격상하고 2년 이상의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
또 준법감시인을 ‘감사(위원회)에게 보고할 수 있는 자’로 명시해 감사에 대한 직무상 독립성을 강화해야 한다. 준법감시인의 겸직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이 밖에 금융당국은 은행장이 주도적으로 내부통제 주체 간 업무를 조정할 수 있도록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토록 권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