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시 이른바 '스펙'을 보고 자격조건을 대학졸업 이상으로 제한하는 등 실질적인 학력 제한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7일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따르면 30대 기업 중 공기업을 제외한 22개 주요 기업의 채용실태를 분석한 결과, 20곳이 신입사원 채용 시 대학졸업자나 졸업예정자 이상으로 학력을 제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개 기업 중 18곳은 채용공고에 대학졸업(예정)자 이상의 학력을 제시했고, 농협·삼성 두 기업은 채용공고상 학력 제한은 없었지만, 입사지원서에 학력을 기재하도록 해 실질적인 학력제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롯데쇼핑과 포스코는 고졸 이상 지원으로 학력 제한을 완화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입사지원서에 기재해야 하는 출신 대학란은 노동시장에서 학력에 이어 학벌까지로 이어지는 서열화를 조장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분석 기업 모두가 자격증과 어학 점수 등 이른바 '스펙'을 요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단체가 기업들의 입사서류를 분석했더니 22개 기업 모두 자격증과 어학 점수 기재란을 두고 있었다. 수상경력이나 해외연수·교환학생 경력을 요구하는 곳도 14곳이나 됐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기업들이 이렇게 입사서류에 스펙을 요구하고 있어 대학생들이 직무와 상관없는 자격증까지 준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어학 점수의 경우도 비록 우대사항이라고는 하지만 직무와 관계없이 요구하고 있어 1∼2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구직자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고 이 단체는 설명했다.
19개 기업은 신입직원 또는 정규직으로 전환 가능한 인턴사원 모집 시 입사서류에 경력을 기재하라고 요구해 신입사원 채용 취지와 모순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신입직원 모집에 경력 기재란이 존재하는 것은 신입보다는 경력이 있어야 유리하다는 것을 뜻한다. 신입채용에 지원하려고 다른 기업이나 기관에서 경력을 쌓으려는 또 다른 스펙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독일 등 해외 기업들은 해당 직무에 대한 기술과 자격요건을 상세하게 제시해 국내 기업들처럼 직무와 관련없는 불필요한 스펙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게 이 단체의 설명이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스펙·학력·연령을 초월한 열린 채용 방식은 매우 한정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학력·학벌 등을 요구하는 후진적인 채용 시스템을 바로잡는 '학력·학벌 차별 금지법 제정운동'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